상세정보
깻잎 투쟁기

깻잎 투쟁기

저자
우춘희
출판사
교양인
출판일
2022-06-20
등록일
2022-10-3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4MB
공급사
웅진OP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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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모를 때 가장 잔인하고 무감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무감한 공모를 깨닫게 되었고 마음이 아팠다.”

_ 최은영(소설가)



그 많은 깻잎은 누가 다 키웠을까?

삶이 투쟁이 되는 깻잎밭 이주노동자 이야기



깻잎, 고추, 토마토, 딸기, 계란, 김, 돼지고기…… 우리 밥상에 오르는 매일의 먹을거리는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온다. 전체 농·어업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이고,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크다.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텅 비어버린 농촌의 일터는 “이제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라는 말이 당연하리만큼, 이주노동자의 땀으로 채워지고 있다.

《깻잎 투쟁기》는 우리 먹을거리의 핵심 생산자이자 한국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전한다.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저자는 직접 깻잎밭에서 일하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생활환경을 보았고, 농장주들로부터 농촌 사회에 이주민이 들어온 후 달라진 풍경과 농사일에 관해 전해 들었으며, 새벽에 찾아간 인력사무소에서는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이라는 낯선 세계를 만났다. 이 책은 결코 ‘인력’으로 치환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을 말한다.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의 ‘슬픈’ 이야기

더 나은 인권 사회를 향한 1500일의 여정!



2020년 기준 임금 체불을 당한 이주노동자 31,998명, 사장이 가하는 성폭력을 피해 차라리 미등록 노동자의 길을 택하는 여성 노동자들,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제도와 법, 인종 차별…… 이런 현실에 연루되지 않은 한국인은 아무도 없다. 한국인의 기본적인 생활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모를 때 가장 잔인하고 무감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무감한 공모를 깨닫게 되었고 마음이 아팠다. 《깻잎 투쟁기》가 많은 분에게 가닿기를, 그리하여 이 책이 잔인함에 이토록 관대한 이 사회를 변화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_ 최은영(소설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코로나 시대 건강권 문제까지

농업 이주노동자에 관한 최초의 관찰기



《깻잎 투쟁기》는 우리 밥상을 책임지는 농업 이주노동자에 관한 최초의 관찰기로, 캄보디아와 한국을 오가며 이주노동자를 직접 지원하고 이주노동 문제를 연구해 온 연구활동가 우춘희의 첫 책이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누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있지?’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이주노동자들의 삶 속으로 뛰어든 지난 4년여의 치열한 기록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생생하게 그렸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내몰리는 열악한 주거 시설과 임금 체불, 저임금 문제를 비롯한 노동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취업을 준비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애처로운 사연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한국의 ‘외국인 고용 제도’(고용허가제)로 농촌에 들어오는지 설명한다. 4장에서는 농장주들에게 전해 들은 젊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며 달라진 농촌의 분위기를 말하고, 5장에서는 인력사무소에서 알게 된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을 쓸 수밖에 없는 농촌의 사정을 말한다. 6장과 7장에서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성폭력 문제를 비판하고, 코로나 시대에 두드러진 이주민의 ‘건강권’ 문제를 다룬다. 이외에도 최근 들어 논란이 일고 있는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2장)이나 건강보험료 ‘먹튀’ 문제(6장), 이주노동자가 ‘도망’가는 이유에 대한 사회제도적 분석까지(5장), 이 책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이주노동자의 삶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주노동자들이 전한 이주노동 현장은 참혹했다. 장시간 고된 노동을 강요하며 법으로 정한 최저 시급도 주지 않았다. 몇 달 치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도 많았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밭 바로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가 그들의 기숙사였다. 그 안에는 화장실도 없어 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가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했다. 사업주의 언어폭력과 성폭력을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이 모든 일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수년째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들의 이야기와 삶이 우리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_머리말에서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_이주노동자가 ‘상시’ 거주하는 ‘임시’ 주거 시설



일렬로 늘어선 비닐하우스 단지, 홀로 차광막을 친 검은 ‘비닐하우스’. 화장실도 없고 곰팡이와 온갖 벌레만 가득한 그 작은 공간에 농업 이주노동자가 살고 있다. 그것도 매달 수십만 원의 돈을 지불하면서!

우춘희 연구활동가는 직접 보고 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환경의 실상을 이 책에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 냉·난방장치가 허술한 데다 자연재해를 막아줄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다. 밭 한가운데 외따로 있던 한 비닐하우스 집은 잠금장치가 없어 아무나 들어올 수 있었고, 콘크리트 농수로 위에 그야말로 ‘얹어놓은’ 컨테이너 집은 집 밑에 물이 졸졸 흘렀다.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있던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네다섯 평의 컨테이너에는 세 명의 이주노동자가 부대끼며 살면서 매달 75만 원을 냈고, 다 쓰러져 가는 폐가를 대충 고쳐놓아 한겨울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공간에는 다섯 명의 이주노동자가 월세로 2백만 원을 내고 살았다. 저자는 열악하다 못해 끔찍한 주거 시설을 들여다보며 집다운 집에서 살 당연한 권리에 대해 말한다.



컨테이너 두 개가 붙어 있는 열 평 남짓한 공간에 방, 부엌, 샤워실이 하나씩 있었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았고 환기도 전혀 되지 않았다. …… 집 안 곳곳에 온갖 벌레가 우글거렸다. 부엌은 각종 곰팡이가 마치 작은 생태계를 이루는 것 같았다. 관리를 안 해서가 아니라 환경이 그랬다. 그 공간에서 세 명은 방에서 자고 나머지 두 명은 방이 좁아 부엌 앞 공간에서 잔다고 했다. _21~22쪽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본다. 오로지 어떻게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지 골몰하며, 일하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에만 관심을 쏟는다. 이주노동자가 어떤 곳에서 사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는 하는지, 그 실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_38쪽



깻잎을 먹을 때마다 이주노동자가 생각난다

_하루 종일 1만 5천 장의 깻잎을 따야만 하는 사람들



한국인만 좋아해 먹는다는 깻잎은 이주노동자들의 장시간 고된 노동의 산물이다. 저자가 만난 깻잎밭 노동자들은 한 달에 고작 한두 번 쉬며 하루 10시간씩 일했다. 그들의 근로계약서에는 하나같이 하루 ‘근로 시간 11시간(휴게 시간 3시간 포함)’이 적혀 있었고, 그로 인해 임금은 최대 8시간만 최저 시급으로 계산해 받았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하루에 깻잎 1만 5천 장, 15상자를 채우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며 노동자들을 닦달했고, 심지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깎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매일 깻잎 15상자를 채우기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며 쉴 틈 없이 깻잎을 땄다. 소변을 참아서 방광염에 걸리거나 화장실에 덜 가기 위해서 물을 먹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의 사연은, 우리가 깻잎을 먹을 때마다 이주노동자들의 수고로운 손길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깻잎밭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연락을 받으면 이주노동자들은 일단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오전 6시 30분에 밭에 나가서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깻잎을 따야 1만 5천 장을 딸 수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간단한 빵과 두유를 허겁지겁 먹고 밭에서 걸어서 5~10분 걸리는 간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 말고는 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다고 했다. _76쪽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사람들

_이주노동자는 어떻게 한국 농촌에 들어올까?



2004년에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한국인이 더는 일하러 오지 않는 곳에 국가가 직접 외국 인력을 선발해 취업을 알선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한국 정부와 고용 협약을 맺은 아시아 16개국에서 한 해 5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온다. 이 책에서는 실제 이주노동자들이 왜 어떤 경로로 한국에 오는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저자가 직접 만난 취업 준비생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한국어 학원에 다니며 ‘코리안드림’을 꿈꿨다.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된 이유는 바로 끝 모를 ‘가난’이었다. 줄줄이 딸린 가족들을 부양해야 해서, 어린 나이에 ‘신부대(지참금)’ 때문에 결혼하기는 싫어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해 시험에 유리해서……. 저자는 말한다. “그곳에서 그들의 삶을 보고 그들이 말한 ‘가난’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국에서 일하려면 일단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보파(가명, 30대) 씨는 공장에서 일을 마친 후 한국어 학원에 다녔다.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온 캄보디아 사람들이 차린 학원이었는데, 그런 학원들이 공장 주변에 많았다. 공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느라 학원에 못 가는 날도 있었고, 늦게까지 일하다 가는 날에는 너무 졸려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그래도 《너도나도 한국어》 교재를 늘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보고 또 보려 했다. _101쪽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모두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능력시험 성적 유효 기간이 2년이기에 2년 내에 자신을 고용하고 싶다는 사업주로부터 선택을 받아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한국의 고용 센터는 보통 사업주가 신청한 구직 인원의 3배수로 알선하고, 사업주는 센터를 통해 구직자의 정보(키, 몸무게, 성별, 한국어능력시험 점수 등)를 검토해서 선택한다. _103쪽



이주노동자가 온 후 농촌은 어떻게 변했을까?

_농촌 사회를 구성하는 이주노동자 이야기



이 책의 4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온 후 달라진 농촌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사과 농사에서 깻잎 농사로, 배추 농사에서 깻잎 농사로 바꾼 농장주들의 사연, 20·30대 젊은 이주 여성이 밭농사를 도맡으면서 한국 노인 여성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이야기, 고용주로서 이주노동자를 대하고 관리하는 농민들만의 방식, 시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외국인 음식점과 동남아에서 온 각종 식자재를 파는 시골 마트의 풍경 등 어느 책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국 김미자(가명, 60대) 씨네는 배추에서 깻잎으로 작물을 바꾸었다. ‘깻잎’은 여러 면에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이주노동자에게 맞춤인 작물이다. 일단 깻잎 농사는 1년 내내 일거리가 있는 노동집약도가 높은 일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노동자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_133쪽

“(200평 기준 깻잎) 비닐하우스 한 동에 보통 3천만 원 정도 매출이 난다고 보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우스 여섯 동을 갖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1억 8천만 원 정도 매출이 나겠죠. 여기서 농비, 인건비, 시설 투자비 빼고 나면 절반 정도 이익이 날 거예요. 그런데 농약 값 이런 건 별로 안 들거든요.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요. 하우스 세 동 정도는 (세 명의) 인건비로 나가고, 제 인건비는 나머지 세 동 정도 가져간다고 보면 돼요. 작년(2019년) 같은 경우는 깻잎이 대박 터졌거든요. 이 정도 규모에서 대박 터졌으면 이익이 한 2억 나왔을 거예요.” _137쪽



‘현대판 노예제’가 된 고용허가제

_‘사업장 변경 제한’이라는 굴레



저자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고용허가제가 농·어촌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제도이지 “저개발국 사람들에게 시혜를 베풀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주노동자의 인력만 이용할 뿐 그들이 한국에 정주해서 살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주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촘촘한 규정으로 이주노동자를 옭아매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이주노동자가 직장을 쉽게 옮길 수 없게 만들어 사실상 ‘강제 노동’을 시키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다. 이 책에서는 ‘사업장 변경 제한’의 문제점과 각종 폐해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 규정에 관한 2021년 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깊이 들여다본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근로계약 해지에 대한 사업주의 동의를 얻거나 아니면 사업주의 위반 사항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명백한 불법도 입증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기에 이주노동자는 되도록이면 사업주의 협조를 얻으려 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2021년 사업장 변경 신청 사례(3만 2140건) 중 근로계약 해지 또는 만료로 인한 신청이 전체의 85.6퍼센트(2만 7512건)였다. 사실상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바꾸기 위해 사업주의 동의가 필요한 셈이었다. _81쪽

그동안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인력만 이용할 뿐 그들이 한국에 정주해서 살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인력’만을 요구한다. 이주노동자의 삶은 ‘영원히 일시적인(permanently temporary)’ 상태이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와서 일을 하지만 여기에서 정착해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지는 못한다. 정해진 기간이 다 되어 비자가 만료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 빈자리를 다른 이주노동자가 와서 채운다. _127쪽



‘불법 체류자’라야 노동 조건이 더 좋다고?

_합법적 노예 상태와 불법적 자유의 역설



2020년 초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자 고용허가제로 들어오기로 한 노동자들의 입국이 계속 지연되었다. 농업 현장에서는 봄철 파종을 앞두고서 인력 부족이 극심해졌고,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없던 농민들은 ‘불법 체류’ 노동자에게 월급을 더 올려주고 기숙사비를 안 받겠다고 제안하며 노동 조건을 협상했다. 그 결과 ‘합법 체류’ 노동자보다 ‘불법 체류’ 노동자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공급이 부족한 노동 시장에서 ‘합법 체류’ 노동자는 과도하게 엄격한 외국인 고용 제도(고용허가제)에 발이 묶였지만, ‘불법 체류’ 노동자는 이런 구속에서 벗어나 노동 조건을 두고 사업주와 협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슷한 시기에 만난 억압받는 ‘합법 체류’ 노동자와 자유로운 ‘불법 체류’ 노동자의 사례를 비교함으로써, 외국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합법 체류 자격의 이주노동자는 임금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다. …… 반면 체류 기간이 지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자신이 ‘합법적’ 체류 기간에 쌓은 전문성과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약간의 자유를(그들은 정식 계약을 맺은 상태가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쉽게 그만둘 수 있었다) 토대로 삼아 일손이 부족한 사업주와 노동 조건과 주거 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노동자는 온갖 제도와 법이 구속하는 노예 상태에 놓이지만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노동자는 이런 구속에서 벗어나서 협상력을 갖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_153~154쪽

“불법이라서 월급을 더 조금 준다? 요즘은 그런 거 안 통해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 구하기 힘들어져서) 기숙사비 안 받고 월급 160만 원을 줬어요. 그런데 이제 여자는 기본이 180만 원이고 남자는 200만 원이에요. 우리는 기숙사비도 전혀 안 받고 오히려 쌀도 사줘요, 좋은 쌀로. 그런데 지금 사람이 없어서 알아보니까 다른 농가는 우리보다 더 준다는 거예요. 여자는 200만 원, 남자 230만 원에서 최고 250만 원까지 준대요. 부부가 오면 합해서 450만 원에 맞춰준다고 하더라고요.” _157쪽



“건강보험료 ‘먹튀’요? 바빠서 한 번도 병원에 못 갔어요”

_외국인 건강보험료로 돈 버는 나라



건강보험을 든 외국인들이 피부양자 등록을 악용해 세금은 적게 내고 의료 혜택만 받는다는 이른바 ‘건강보험료 먹튀’는 사실일까? 이 책이 전하는 실상은 이와 전혀 다르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최근 2018년부터 3년간 건강보험료 재정수지가 매년 증가해 누적 흑자 규모가 1조 원이 넘었다. 저자가 농업 현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느라 병원에 갈 시간도 없는데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낸다고 하소연했다. “건강보험료를 좀 내려주세요. 저는 보험료를 제 능력 이상으로 이렇게 많이 낼 수 있는 형편이 못 됩니다.” “저희는 농촌에 살고, 한 달에 2~3번 쉬기 때문에 병원에 갈 시간도 없어서 그냥 약을 사서 먹습니다.”

내국인은 소득과 재산 수준에 따라서 보험료가 산정되지만 외국인은 이런 과정 없이 내국인 보험 가입자의 평균을 낸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피부양자 인정 기준도 제한적이다. 특히 농업 이주노동자의 경우, 농장주들이 ‘사업자등록’을 안 한 경우가 많아 직장인가입자 자격을 얻지 못한다. 외국인 고용 제도는 그들에게 장기 거주할 기회를 주지 않는데, 보험 공단에서는 ‘장기요양보험료’를 제외해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내는 보험료만큼 합당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을까? 저자는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기본적인 통역 서비스조차 없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며, 건강보험료 문제가 이주민 혐오로만 소비되는 것을 넘어 ‘이주민 건강권’ 문제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이주민들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병원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특히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잘 모르는 데다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막막해했다. …… 교통과 시간도 문제였다. 일단 농촌 마을에서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보통 하루 반나절은 써야 했기에 쉬는 날이 아니면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만난 농업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아프면 병원에 가기보다 그저 고용주에게 부탁해서 약을 사 먹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_199~200쪽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는 직장가입자가 되지 못해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한다. 직장가입자는 사업주와 보험료를 절반씩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모두 부담한다.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가 내는 한 달 건강보험료는 2022년 기준 12~13만 원이다. _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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