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강태공 하
소설 『강태공』은 『봉신연의封神演義』의 선인계仙人界 이야기를 역사 속으로 끌어내려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바탕이 된 『봉신연의』란 어떤 책인가.
『봉신연의』는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삼국지』와 더불어 중국 고전소설의 백미로 쌍벽을 이루는 작품이다. 명나라 때 씌어진 작품으로, 저자는 육서성陸西星이라는 설도 있고 허중림許仲琳이라는 설도 있으나 둘 다 확실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소설 역시 그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무왕벌주평화武王伐紂平話』를 원전으로 삼아, 중국 고대에 은殷나라에서 주周나라로 바뀌는 왕조 교체기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나라의 마지막 군주 주왕紂王은 초기에는 모범적인 정치를 펼쳤으나 악녀 달기?己를 후궁으로 맞아들이면서부터 음탕하고 파행적인 정치를 일삼는다. 정실부인인 왕후를 달기의 모함으로 죽이고, 녹대鹿臺라는 호화스러운 궁궐 속에 주지육림酒池肉林을 만들어 술과 열락으로 세월을 보내고, 충신들의 간언을 귀담아듣기는커녕 그들을 죽여 육포나 육장으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인간으로서는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할 포락?烙(뜨겁게 달군 쇠로 살을 지지는 형벌)이라는 형벌을 고안해내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에 아내와 동생을 달기 때문에 모두 잃은 무성왕武成王 황비호黃飛虎는 은나라와 결별하고 서백후西伯侯 희창姬昌(그 역시 달기 때문에 맏아들을 잃었음)이 다스리던 서기西岐로 귀순한다. 그 사이에 강자아姜子牙(태공망)는 곤륜산 선인계의 지시대로 왕조를 교체하는 역성혁명과 요괴 선인들을 봉신대에 가두는 봉신 계획을 수행할 동지들을 모은다…… 대략 이와 같은 것이 『봉신연의』의 줄거리다. 그러므로 『봉신연의』만을 놓고 말한다면 도교적인 요소가 특히 두드러진 전기적傳奇的인 경향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봉신연의』에서 작품의 구상을 따왔으되, 선인이나 요괴가 출몰하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는 제외하는 대신 폭넓은 역사 자료의 취재를 바탕으로 전혀 새롭게 씌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강태공姜太公이다. 본명은 여상呂尙이요, 태공망太公望이라고도 불리는 그를 중심으로 주왕과 달기의 폭정 아래서 신음하던 백성과 제후들이 마침내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우기까지의 길고도 어려운 이야기를 소설이란 형식에 담아 흥미진진하게 엮어본 것이다.
곧은 낚시로 천하를 낚았다는 강태공, 그리하여 오늘날 그는 낚시꾼의 대명사로 더 잘 알려졌지만 사실 강태공은 『육도삼략六韜三略』이라는 뛰어난 병법서를 저술한 전략가이자 인간과 세상을 원만하게 경영할 줄 알았던 지혜로운 처세가이기도 했다.
강태공이 살았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3,000여 년 전이다. 그러나 벌써 그 당시부터 그의 정신세계에는 인간 존중의 윤리와 순리를 좇는 정신이 뚜렷하게 살아 있고, 그 점은 독자 여러분들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분명히 깨달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소설을 통해 재미뿐만 아니라 강태공의 지혜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더 이상 기쁜 일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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