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상영중 : 일상에서 마주친 영화 같은 감정들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첫 장면이 뜨기 직전.
그 정적의 순간이 난 늘 좋았다.
어릴 적 충무로의 영화관에서 본 〈파울 플레이〉가 내 영화 인생의 시작이었다. 아직도 주인공의 모습이 눈에 선할 정도니, 무척 재미있게 본 것이 틀림없다. 그날 이후로, 내 마음은 늘 영화의 예고편처럼 감정들을 준비시키곤 했다.
당시 큰 영화관은 대부분 서울 충무로 근처에 있었고, 그때부터 주말이면 서울로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영화는 늘 나에게 또 다른 문을 열어주었다.
화면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안의 감정들이 서서히 깨어나고, 잊고 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영화는 나를 다시 나 자신에게로 데려다주곤 했다.
어떤 하루는 성룡의 몸짓처럼 경쾌했고, 어떤 밤은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처럼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흘러갔다.
유명한 명대사도, 감동적인 결말도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하게 나를 흔들었다.
사람들은 내게 어떤 장르를 좋아하느냐고 묻지만, 내게 영화는 장르보다 감정이다. 잔잔한 장면 하나에 괜히 눈물이 핑 돌고, 아무도 웃지 않는 장면에서 혼자 피식 웃었던 기억들. 그럴 때마다 문득 깨닫게 된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 누군가의 영화에서 왔을지도 몰라.’
이 책은 그런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 한밤중 혼자 라면을 끓이던 부엌, 퇴근길 버스 창가?
일상의 틈에서 마주한 ‘영화 같은 감정’들을 조심스레 꺼내어 마음 위에 올려보았다. 《마음에 상영중》은 거창한 영화 해석이나 정보보다, 한 장면이 남긴 여운과 그것이 내 삶에 남긴 작은 파문에 관한 기록이다.
-《마음에 상영중》 ‘들어가는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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