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사과 향은 없다 - 50가지 향기 물질로 풀어본 후각의 비밀

사과 향은 없다 - 50가지 향기 물질로 풀어본 후각의 비밀

저자
최낙언 지음
출판사
예문당
출판일
2023-07-06
등록일
2023-12-18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2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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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과에는 사과 맛도 향도 없다
다양한 향기 물질이 있을 뿐이다!

맛과 향은 다양한 향기 물질의 조합에 불과하다

사과에 사과 맛은 없다. 그리고 사과 향도 없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사과 맛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유의 맛과 향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사과에서 미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단맛과 신맛뿐이고, 우리가 사과 맛이라고 느끼는 것은 사과 향 즉, 후각으로 느끼는 0.1%도 안 되는 향기 물질이다. 그리고 사과 향도 사과만 가진 특별한 향기 물질에 의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식품에도 똑같이 존재하는 여러 가지 향기 물질이 단지 사과에 어울리게 조합되어 발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향료의 배합비만 가지고 여기서 사과 향이 날지, 파인애플 향이 날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과 특유의 맛 성분도 없고, 사과 고유의 향기 성분도 없으니, 사과 맛이 없을 뿐 아니라 사과 향도 없는 셈이다.
다른 식품도 마찬가지다. 와인의 향기 물질은 와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술이나 향신료, 과일 등에도 들어 있다. 향기 물질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과, 와인, 꽃, 향신료, 과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같은 향기 물질의 다양한 배합비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향에 대해 알고 싶어도 조향사를 제외하고는 향기 물질을 경험해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배우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게다가 향기 물질은 이름부터 낯설고, 향도 매우 강력하고,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개별 향기 물질을 맡아본다고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후각과 식품의 풍미를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향기 물질은 후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맛과 향에 대한 여러 가지 책을 쓰면서 동시에 수많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반응이 좋고 참여율이 높은 것은 향기 물질을 실제로 맡아보고 향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다. 후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향기 물질의 역치, 포화도, 농도 효과, 혼합 효과 등을 이해해야 하는데, 단순히 말로 설명해주는 것보다 향기 물질을 직접 체험하면서 익히니 당연히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러 사람과 함께 같은 향기 물질을 경험하면서 저마다 느끼는 것을 공유하다 보니 후각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효과까지 있었다.
이 책에서 ‘후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50가지 향기 물질’을 고른 이유는 이 정도만 제대로 알면 향과 후각을 이해하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적으로 식품의 향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애초에 모든 식품의 향기 물질을 배우고 익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실제로 한 가지 식재료에 들어 있는 수백 가지 향기 물질 중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식재료에 있는 향기 성분의 양을 구하고 역치를 대입하여 기여도(Aroma value)를 분석하면 다섯 가지 이하의 향기 물질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조향사가 30종 이하의 원료로 원하는 향을 만드는 작업도 가능한 것이다. 이때 필요한 30종도 미묘한 특징까지 살리기 위한 것이지 핵심을 이루는 물질은 더 단순하다.
향은 음식의 꽃이다. 맛을 다룬다는 것은 향을 다루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향은 모든 음식과 식품에 섬세함과 다양함을 부여한다. 이 책에 나오는 50가지 향기 물질만 제대로 이해하면 향에 대한 지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향기 물질은 무엇부터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
향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사람이 향기 물질을 공부하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 바로 터펜계 물질이다. 향기 물질을 기원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터펜계, 방향족, 지방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터펜계 물질이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가장 기본이 된다. 생명에 관련된 물질은 항상 많은 것부터 공부하는 것이 좋다. 더구나 터펜계 물질은 2차 대사산물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의도성이 있어서 합성경로의 추적을 통해 계통을 파악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방향족 물질이다. 식물(나무)은 크고 단단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셀룰로스와 헤미셀룰로스로 강도가 높은 구조체를 만들고, 이들을 붙잡는 접착제 역할을 위해 리그닌을 다량 합성한다. 그리고 이 리그닌 합성의 원료가 되는 것이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이다. 식물은 다른 아미노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페닐알라닌을 만들고, 리그닌을 합성하는 중간 과정에 여러 향기 물질을 만든다.
이렇게 식물의 효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물질을 공부했다면 다음으로는 발효에 의해 만들어지는 향기 물질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기 위해 대량의 에너지(ATP)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ATP 생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포도당이다. 포도당 분자 하나를 완전히 연소시키면 30개 정도의 ATP를 재생할 수 있다. 포도당을 피루브산으로 분해한 뒤 알코올로 변환된 것이 술이고,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하는 것이 호흡이다. 알코올 발효는 결국 대량의 포도당으로부터 대량의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부산물로 약간의 향기 물질이 만들어진다. 알코올에 비해 정말 적은 양이지만 이때 생기는 향이 술의 품질을 좌우한다. 알코올 발효의 중간 과정이 유기산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들이 알코올에 결합하여 다양한 에스터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효소로 만들어지는 향기 물질을 공부했다면, 마지막으로 가열을 통해 만들어지는 향기 물질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캐러멜 반응, 메일라드 반응 등을 통해 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확률적으로 랜덤하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 과정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인류가 좋아하는 향은 대부분 이렇게 가열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요리가 인류의 생존과 뇌의 발전에 워낙 큰 역할을 한 덕분인지, 가열할 때 만들어지는 향에 대한 감수성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높다. 특히 황화합물에 대해 그렇다. 그러니 음식의 매력을 좌우하는 황화합물을 공부할 필요가 있고, 피라진처럼 내열성이 있는 향기 물질에 대해서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향기 물질이 향을 공부하기에 최고의 선택이 아닐지는 몰라도 나름 가장 대표적인 것과 후각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것들로 채운 최적의 선택 정도는 될 것이다. 이런 시도가 다양해지고, 그래서 향기 물질과 실제 음식의 연결이 많아질 때 우리의 향미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탐험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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