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세계 - 2004년 퓰리처상 수상작
- 2003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 2004년 퓰리처상 수상
- 2005년 국제더블린문학상 수상
- 2003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두 권의 단편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만으로 완성을 입증한 작가
숱한 극찬과 세월의 검증을 받은 노예제 시절의 초상
우리나라에는 지금껏 두어 편의 단편소설이 소개된 것이 전부지만 미국 소설가 에드워드 P. 존스는 흑인 문학, 나아가 미국 소설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작가다. 인종, 계급, 성을 떠나 특정 상황 속의 인간들과 그 삶 모두를 존중하는 공정한 태도, 격한 순간에도 격앙이 없는 언어, 풍성하고 섬세한 서사와 묘사, 이야기에서 시나브로 배어나는 문제의식. 그는 오래전부터 대학 강사로, 2009년부터 워싱턴 대학교 교수로 문예 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어느 모로나 부족함이 없는 완성형 작가고, 그래서 이 책 [알려진 세계』가 나왔을 때 미국의 언론들은 앞서 같은 계열의 작품을 쓴 윌리엄 포크너, 토니 모리슨 등과 견주며 극찬을 퍼부었다. 다만 그가 마땅히 누려야 할 만큼의 유명세를 누리지 않고 있는 건, 그가 워낙 과작인 탓에 7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른 지금까지도 단편집 두 권과 장편소설 한 권, 이렇게 세 권의 책만을 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의 장편소설은 지금도 [알려진 세계』가 유일하다.
[알려진 세계』는 미국 역사에서 노예제가 공식적으로 끝나기 10년 전인 1955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가상의 마을 맨체스터 카운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서른세 명의 노예를 거느린 노예 출신의 흑인 농장주 헨리 타운센드의 요절을 계기로 그의 가족, 노예, 지인 들이 맞는 변화를 그린 과도기의 초상이다. 당시 노예를 거느렸던 사람 중에는 흑인 자유민도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인종을 떠나 ‘사람이 사람을 소유하는 일’의 아이러니와 비애를 극상의 소설 언어로 그리고 있다.
[알려진 세계』는 출간된 그해에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전미도서상 결선에 올랐으며, 이듬해에는 퓰리처상, 이태 뒤인 2005년에는 영어로 쓰였거나 번역된 세계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문학상\'으로 불리는 국제더블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높은 공신력을 지닌 온라인 문학잡지 [밀리언스(The Millions)]의 주관하에 문학평론가, 작가, 편집자 등 마흔여덟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단이 선정한 ‘2000년도 이후 최고의 소설’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15년에는 영국 BBC의 주관하에 미국 문학평론가들이 선정한 ‘21세기 현재까지의 가장 위대한 소설’에서 2위를 차지했다.
\'최상급. 깊은 감동으로 절묘하게 만든 이 소설은 노예제를 다룬 위대한 미국 소설들이 놓인 선반에서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와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의 옆자리를 영원히 맡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글로브
노예제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일상과 딜레마
인종과 계급을 넘어 그 시절의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
[알려진 세계』는 1855년, 미국 버지니아주 맨체스터 카운티의 흑인 농장주 헨리 타운센드의 때 이른 죽음으로 이야기의 문의 연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 그는 맨체스터 카운티의 백인 유지인 윌리엄 로빈스의 노예였으나, 훗날 자유민이 되고부터는 그 백인의 신뢰와 후견으로 자립해 부를 쌓고 농장과 노예를 거느리게 되었다. 그는 백인의 법과 제도를 받아들이되 여느 농장주들과는 다른 규율로 농장을 운영 중이었지만 그가 죽자 그의 재산은 농장 운영에 서툰 그의 아내에게 물림되고, 그 변화 속에서 농장의 기강은 차츰 와해되기 시작한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겨 농장 단속에 소홀한 농장주의 아내, 보잘것없는 안정이나마 누리지 못한 채 뿔뿔이 팔려 갈까 봐 불안해하는 노예들, 그리고 한편에선 혼란을 틈타 도망의 길을 고민하는 노예들. 때는 남북전쟁이 벌어지기 몇 년 전, 타 지역에서 노예 반란 소식이 하나둘 들려오는 시점이었다. 그런 가운데 헨리 타운센드 농장의 혼란은 알게 모르게 농장 밖으로 번져, 헨리 타운센드의 가족, 노예, 주변인 모두가 각자 맞물린 상황 속에서 이런저런 선택과 도덕적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알려진 세계』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이 닥치기 전 남부 어느 마을의 한 시절을 그린 소설이지만 지금껏 수많은 시대물이 그려온 모습과는 다른 풍광을 담는다. 인종, 성, 계급의 잣대가 뚜렷하던 시절을 이야기하면서도 특정 집단의 문제로 눙치기보다는 노예제 아래의 개인, 그 개인들의 일상, 개인들이 관계 맺고 살아가는 미시적인 모습에 깊이를 부여하는 데 주력한다. 흑인, 백인, 인디언, 귀족, 서민 할 것 없이 노예제가 그들에게 어떤 딜레마를 안겼는지, 그 속에서 맺힌 응어리를 그들이 어떻게 극복하는지, 혹은 거기에 어떻게 굴복하는지 에드워드 P. 존스는 속 깊은 애정과 존중으로 그려나간다.
[알려진 세계』는 주요 등장인물만 수십 명, 그중에는 노예 신분을 겪어보고도 노예를 거느리려는 아들과 반목하는 헨리의 아버지 오거스터스도 있고, 노예를 재산 이상으로 보지 않지만 흑인 첩과 흑인 자식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백인 실력자 윌리엄 로빈스도 있고, 제 주인이 죽자 주인의 삶을 꿈꿔보게 되는 헨리의 첫 노예이자 십장 모지스도 있고, 낮에는 좋은 일꾼이지만 밤에는 정신이 나가 싸돌아다니는 미친 여자 앨리스도 있고, 절름발을 타고났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세상 앞에 굳게 서는 설레스트도 있고, 처음부터 자유민으로 태어나 노예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헨리의 아내 캘도니아도 있고, 부모와 일찍이 헤어져 무지 속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스탬퍼드도 있고, 하느님의 정의로운 자식이지만 세속적 결함을 지닌 보안관 존 스키핑턴도 있다. 이 밖에도 그 시절을 투영하는 수많은 인물이 에드워드 P. 존스가 고안한 가상의 마을, 역사 속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했을 법한 맨체스터 카운티 안팎을 채우며 남북전쟁 이전 시절의 초상을 완성한다.
\'너무나도 완전히 깨달았고 너무나도 훌륭히 설계되었으며 너무나도 강렬히 마음에 남아 읽으면 기뻐지는 책. 자기가 창조하는 세상에 이토록 완전히 들어가 사는 소설가, 혹은 그 세상을 이루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완전히 살을 붙이는 소설가는, 본 서평가의 경험상 귀하다.\'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
독기보다는 연민으로 인간사를 달래며
알려지지 않은 세계의 지도를 채우는 글쓰기
\'권위 있는 작품. 미국 주요 문학작품 목록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걸작.\'
-타임
노예제와 흑인의 삶에 관해서 지금껏 수많은 연구와 작품이 있었지만 [알려진 세계』가 또 하나의 걸작으로 인정받는 건 그동안 많은 경우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이 소설은 인종 무관, 거의 모든 인물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저마다의 삶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노예제에 대한 가치판단이 끝난 지금도 역사에는 재단될 수 없는 허점이 있으며, 그 틈을 들여다보면 백인과 흑인과 인디언, 계급과 계급이 서로 얽혀 있는, 노예제가 낳았지만 노예제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복잡다단한 상황들이 삶에 깊이 관여한다는 것이다. [알려진 세계』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장 단위로, 문단 단위로, 때로는 문장 단위로 넘나들면서,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전지적인 눈으로 불시에 넘나들면서 귀하든 천하든, 크든 작든 모든 인물의 삶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독자의 마음속에 심란한 감정을 불어넣는다. 500여 쪽이 넘는 긴 이야기임에도 매 행 낭비가 없는 문장, 수많은 복선과 맥거핀, 어느 인물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 공정함, 건축공학적인 이야기 구조 모두 에드워드 P. 존스의 글이 지닌 장점이지만 그의 글에서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인간에 대한 연민이다. 그는 가치판단 따위는 미뤄둔 채 정말로 그 시절을 목격한 듯한 담담한 어조로, 노예제라는 현실과 자신의 천성 사이에서 분투하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달랜다.
\'이 나라 역사의 가장 경멸스러운 일면조차 인간애와 시어(詩語)로 전하는 대가다운 솜씨에 당신은 몇 번이고 보상을 받을 것이다. 이 마술 같은 소설은 당신을 심오한 방식으로 감동시킬 것이다.\'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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