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부
죽음이라는 종착역에서 고인을 배웅하는
역무원들의 이야기
[특수청소부』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선보이는 휴먼 미스터리로 총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연작소설이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남으로써 ‘고독사’ 또한 증가하고 있다(우리나라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독사의 대표적인 사례인 무연고 사망자는 총 1만 8,483명에 이른다). 따라서 고독사란 협소하게 독거노인의 죽음만을 의미하던 것에서 그 외연을 확장해 홀로 사망한 각 세대의 죽음이라는 의미까지 포함하는 추세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 ‘특수청소’라는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다. 홀로 이승을 떠난 사람의 흔적은 누군가가 정리해야 하며, 그 일을 특수청소부가 전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것이다. 「기도와 저주]「부식과 환원]「절망과 희망]「긍정적인 유산과 부정적인 유산」인 각각의 에피소드는 이러한 특수청소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체인 ‘엔드클리너’에 들어온 의뢰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각의 의뢰는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딸을 향한 엄마의 왜곡된 애착(「기도와 저주」), 스튜가 되어 죽어간 젊은 사장의 비밀(「부식과 환원」), ‘음악’이라는 뜻깊은 유산을 남기고 가버린 청년의 마지막 기대(「절망과 희망」), 자산가였던 고인의 유언장을 둘러싼 의문(「엇갈린 유산」) 등이 그러하다. 각각의 사연에는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존재하는데, 이 수수께끼는 특수청소부 역시 외면할 수 없다. 이들은 단순히 오염을 소독하고 제거하는 일뿐만 아니라 죽은 이의 마음을 달래는 일까지 자신들의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직업적 소명 하에 ‘엔드클리너’ 사장과 직원들이 주변인들과 협력해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스터리의 매력과 묘미를 한층 느낄 수 있다.
[특수청소부』가 가진 매력은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미스터리와 비교해 차별적인 점은 [특수청소부』는 ‘죽음’ 그 자체에 대해 사유해볼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살인사건 등 ‘죽음’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는 허다하고 인물의 ‘죽음’을 당연하듯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특히 미스터리라면 그러하다. 반면 ‘죽음’ 자체를 사유하게 하는 작품은 보기 드물다. 그러나 시치리는 그것을 ‘특수청소부’라는 시의적절한 소재를 통해 해낸다. 가히 만능 이야기꾼답다. 시치리가 가벼운 듯 그렇지 않은 듯 풀어내는 [특수청소부』만의 매력을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한 사람이 살다 떠나간 흔적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없는 법이라서요.\'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핫한 최고의 작가이다.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냈으며, 각각의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짧은 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음악, 경찰, 의료 등 다양한 소재에 도전해 수많은 인기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마치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을 예견하는 듯 새로운 등장인물과 함께 검찰 미스터리를 선보였다.
그의 집필 활동은 놀라울 정도로 왕성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하루에 평균 25매씩을 집필하고 보통 이틀에 하루는 마감일, 조금 여유가 있을 때에도 3일에 하루는 마감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집필 동기는 무엇일까? 그는 꼭 출판사에 이익을 가져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쓴다고 한다. 매년 신인 작가들이 배출되는데, 선배 작가들이 출판사에 이익을 창출하게 해줘야 그들이 책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지 신인들은 그 분야의 보물과도 같은데, 그 보물도 경제적인 지주가 없으면 데뷔할 수 없으니 시치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즉 자신이 쓴 글로 출판사에 이익을 가져다줌으로써 같은 분야의 후배 작가들이 데뷔하는 데 보탬을 주는 것이 그의 집필 활동의 원동력이다. 그는 더 나아가 \'출판사에 손해를 입히면 그만둬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작가로서의 그의 책임과 의무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치리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리더빌리티’다. 즉 가독성이 있고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시치리는 리더빌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내용의 사건성과 스토리에 따라 완급을 조정한다고 한다. 가령 ‘!’의 수 등으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테미스의 검』에서는 느낌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덧붙이자면, 작품의 주제에 따라 ‘!’과 ‘?’의 개수를 정한다는 것이다. 이 주제라면 원고지 한 장당 몇 개로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또한 그는 한 달에 한 작품을 출간하는 엄청난 집필 속도의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다른 미스터리 작가들과 작품을 쓰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작가들은 원목을 하나하나 조각칼로 깎듯이 작품을 쓴다면, 자신은 프라모델 형식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테마에 대해 써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이전에 써두었던 설계도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로 가공해 조립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라모델이기 때문에 중간에 수정할 필요도 없다. 가히 천재적인 만능 이야기꾼답다. 앞으로도 만능 재주꾼이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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