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이렇게 망했다 1
이 책은 중국인 양진인楊塵因이 쓰고, 중국 익신서국益新書局이 1920년(중화민국 9년) 발간한 소설 『회도조선망국연의繪圖朝鮮亡國演義』를 번역하고, 필요한 곳에 주석한 것이다.
제목에서 바로 드러나지만, 작품은 ‘조선 망국’의 과정을 팩션으로 쓰고 있다. 등장 인물은 고종·민비·김홍집·박영효·조선 남녀 백성에서 리훙장 등 청제국 주요 인물·메이지 천황·일본 외교군사의 인물·서양 외교관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이야기는 무서운 기세로 막 일어나고 있는 일제의 치밀한 책략과 늙은 청제국의 지리멸렬, 그리고 무엇을 해도 이미 시간을 놓쳐버린 조선의 파행을 객관적으로 포착해 당대 동아시아 정치외교를 조망한 위에 조선 망국의 참상을 입체적으로 부각한다.
여기서 다룬 사건은 서양 함대의 조선 침략·동학농민전쟁·청일전쟁·민비 살해·자강 운동·매국노 대 애국자들의 투쟁·통감부 설치·일본 거류민 난동에 이르며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과 대한제국 멸망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 작품은 뻔한 비분강개나 침략자에 대한 울분 터뜨리기와는 한참 다른 자리에 서 있다. 동아시아의 먹구름-일제 성장-청제국 몰락-조선의 멸망의 역사는 안중근의 거사로 마무리되지만 이토 히로부미의 외교 수완은 그것대로 분명히 드러나며, 조선 매국노들의 행태와 영달에 대해서도 오히려 냉정하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냉정함은 무서울 정도였다. 번역자와 편집자는 일러두기를 통해 ‘몇몇 인물 묘사에서는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모멸감을 줄 만한 구석이 제법 있다’는 안내를 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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