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중독
함정임 문학의 새로운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 중편소설
“장미는 말라갈수록 더 애틋하죠. 말라가는 냄새, 말라가는 색깔…….”
치명적인, 너무도 치명적인 사랑의 사소함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소설향 특별판]으로 출간된『아주 사소한 중독』은 함정임 작가의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줄곧 생의 상처와 죽음의 상흔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탐색하고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한 글쓰기의 도정을 보여왔던 작가 함정임이, 생의 가장 원초적 감각인 ‘혀’를 매개로 사소한 일상에 잠복해 있는 사랑의 치명적인 독성을 가벼운 포르노그라피를 통해 역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형식과 스타일의 측면에서 함정임 문학의 새로운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나아가 사랑의 상실과 고독, 혹은 소통 부재의 소외감이 진정 당신에게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닌지 묻는다.
주인공 ‘그녀’는 특급 호텔의 케이크 디자이너로 연하의 유부남과 불륜의 사랑에 빠져 있다. 혀를 통한 감각만을 맹신하는 ‘그녀’에게 먹고 말하는 데 사용되는 혀는 자신의 감각적 · 감정적 대상을 골라내는 데에도 유용하다. 작가는 소통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관계의 소소한 단면에 빠져들어 중독되는 순서를 묘사하여, 사소함의 중독성에 숨겨진 상처의 위험으로부터 현대인들이 안전한지를 묻는다. ‘그녀’와 연하의 유부남 ‘그’의 사이에서 작가가 문제 삼는 것은 그들의 부도덕성이 아니라, 교감하기를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단절을 체험하고 마는 두 사람의 공허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현대성의 비극이다. 이 작품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비록 인공낙원이며 공중 정원의 세계일지라도, 사랑의 유한성은 여전히 우리에게 아픔이고 상처일 수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번호 | 별점 | 한줄평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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