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여정
기억 속 빛바랜 추억에 빛을 더하는,
지나간 시간을 돌리며 떠나는 기록의 여정!
“기록은, 그래서 필요하다.”
누구나 소중한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흥이든 다른 사람과 있었던 중요한 일이든 살면서 하나 정도 소중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그런 기억을 추억이라 부르며 기억 한편에 묻어 두었다가, 이따금씩 들춰 보며 그때 느꼈던 감정에 다시 젖어들곤 한다. 그러나 이런 추억은 아무리 소중하고 감동적이더라도 세월을 막지는 못한다. 추억은 언제나 세월과 함께 휘적휘적 걸어가며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황홀한 풍경, 무언가를 보며 깨달았던 것들과 같은 추억은 그렇게 세월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서서히 희미해져 가지만 우리는 그 추억을 쉽게 다시 잡을 수 없어 아쉬움을 더한다.
책 『정동진 여정』은 그러한 추억과 빛바래 가는 기억을 시간을 되돌려가며 그려내고 있다. 정동진을 여행하며 느꼈던 서정으로 시작하는 ‘세월이 지나는 자리’에서는 경험하면서 느꼈거나 무심히 지나온 일을 돌이켜 보며 이야기로 꾸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추억 속에서 찾는 삶의 의미는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는 많은 일에서 우리 역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은근히 말한다. ‘서정의 갈무리’에서는 추억을 되돌리며 그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그려낸다. 그 속에는 누구나 한 번쯤 느껴 보았을 여러 정서가 스며들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정서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그려 내며, 느낌이나 체험을 통해 받는 무한한 서정적인 장면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전한다. 동시에 독자들에게도 빛이 바래기 전에 기록을 남기며 시간을 되돌아볼 것을 권한다.
2002년까지 37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저자는 한빛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하여 『정동진 여정』을 첫 수필집으로 엮었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신인으로 등단하여 수필가로서 활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황혼기에 접어들어 쓴 글이기에 저자의 경험이 묻어나며 추억의 소중함과 기록의 중요성을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따뜻한 기억과 가슴 벅찬 감동,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갈무리하며 저자가 전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기록은, 그래서 필요하다.”
우리는 추억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추억이 있기에 그 기억을 되돌리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행복하고 감동적이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 기억은 세월을 따라 빛바래고 희미해질 뿐이다. 누구의 기억도 망각의 너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니 감동과 추억을 더 소중하고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기록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기록이 언젠가는 저자와 같이 하나의 책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해주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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