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전시관
“나의 허구를 찾아줘.”
미로의 소실점을 지나 무한원점의 오로라로 향하는 여정
무지개다리가 무너져 갑자기 떨어진 구덩이에서 뜻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맞닥뜨리는 본 적이 있는가? 꼭 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때로는 꿈이 현실보다 더 사실적이기도, 현실이 꿈보다 몽환적이기도 하다. 이 작품집은 허구의 여백에 현실로 쓰인 우리 삶의 서사를 뒤집어 현실을 여백 삼아 허구로 우리 삶을 서술함으로써 우리에게 무엇이 현실인지를 되묻게 한다.
인생의 어떤 구간은 미로이며 벗어나려 할수록 늪처럼 더 깊이 빠져드는 덫이 된다. 그런 때에는 그저 걷는 것이 상책이다. 벗어나려 조바심내지 않고 계속 걷다보면 어느새 미로를 헤매는 즐거움에 흠뻑 취한 여행자가 된 자신을 조우할 것이다.
꿈에 깊이 잠겨있던 독자의 시야가 환상에 적응하는 순간, 미로를 거닐며 느꼈던 묘한 기시감이 ‘나’로 수렴되면서 지금껏 낯선 두려움으로 점철되었던 수만 갈래 길과 나의 시간들이 비로소 융단 깔린 허구의 전시관임을 깨닫는다.
헨젤이 과자 부스러기를 징검돌 삼아 귀가하듯, 허구의 통로는 결국 우리 생의 한가운데로 이어진다. 이 소설들은 우리가 미로 또한 하나의 길임을 알기까지 수많은 헤맴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반짝이는 허구의 오로라를 일깨워 준다. 작가는 누구나 여행자인 우리의 아프고 초라한 맨발을 소중히 감싸기 위해 몽상 어린 유희이자 꿈 안팎으로 통하는 비밀의 열쇠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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