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통신
태국기행 장편소설.
이방인의 삶, 타국의 한국인.
다른 민족이 세운 나라에 산다는 것은 이방인으로서 살아감을 뜻한다. 이방인은 그 사회의 울타리에 속하지 못하고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그러하고, 외국에 나가 삶을 영유하는 재외동포가 그러하다. 이들은 단순히 이방인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과 타지에서 만난 동포에게 받은 상처로 힘들어한다.
전작 <인도에 미친 뇬 그녀에 미친 넘들>에서 인도 생활의 세심한 묘사로 독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박선례 작가의 신작이 발간되었다. 그녀의 신작 <방콕통신>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관광지인 방콕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삶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냈다.
고국을 떠나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낯선 언어와 문화에 부딪혀 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더 많은 어려움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여성이라면 얼마나 위험할지 말하지 않더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약속의 땅 방콕, 그리고 돈.
‘킴’은 돈의 유용성과 편리성을 잘 알고 있는 여자다. 미국서 가난하여 힘겹게 살던 그녀는 돈 많은 태국 유학생이 펑펑 쓰는 ‘돈’에 정신이 팔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을 감행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태국 생활은 여러 남자를 만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양상을 보인다.
작품 속의 방콕은 한국인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묘사된다. 돈 많은 집안의 남자를 만난 킴도 그렇거니와, 그녀와 관계를 맺는 모든 인물들의 흥망성쇠가 이루어지는 장소다. 사업가 륜, 한의사 용, 옥 등의 남자들은 모두 한국에서의 실패를 방콕에서 만회하는 인물들이다. 킴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서술자 ‘나’ 역시 방콕에서 킴을 만나 즐거움을 얻는 것을 볼 때, 그들은 모두 함께 방콕에서 인생의 흥망성쇠를 겪는다고 볼 수 있다.
킴의 삶은 한 편의 영화와 같다. 여러 남자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에 있어 필수 조건이 ‘돈’이다. 그녀는 돈을 위해 움직이고 결국 돈에게 돌아가는 인물이다. 돌고 돌아가는 것이 돈이라더니 그녀의 삶이 마치 그렇다. 현실 중심적인 그녀에게 있어 돈만큼 확실하고 힘이 되는 것은 없다. 자신을 사랑했던 남자들의 육체가 쇠락하고 열정에 찼던 약속마저 부질없어질 때, 그녀의 곁에 남은 것은 오직 돈뿐이었다.
속물, 그러나 한없이 현실적인 그녀.
자식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킴을 보면 속물 중의 속물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밉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측은하고 불쌍하게 여겨짐은 누구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작품 속의 주인공처럼 고결하거나 순수하지 않다. 현실의 인간이 깨끗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공감되고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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