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노래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내 나이 만 48세, 다음 개띠 해에는 환갑이 된다. 아직까지 철없는 아이 같은데 딸이 벌써 성년이 됐으니, 세월 참 빠르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아무 일 없다면 인생의 절반을 산 셈이다. 내 삶을 돌아보고 싶었다. 나와 내 가족과 내가 만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하고 싶었다.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나는 바로 위 오빠와 6살이나 터울이 난다. 엄마, 아빠에게는 물론이고 언니, 오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컸다. 보수적이지만 살뜰한 아빠, 묵묵하지만 현명한 엄마, 10살 많아 엄마 같기도 한 언니, 어릴 때는 무서웠지만 정말 착한 큰오빠, 언제나 장난꾸러기인 작은오빠까지 가족 안에서 행복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친구들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다닐 때 ‘시장표 운동화’가 창피하지 않았다. 어쩌면 무의식 중에 엄마에게 그런 것을 조르면 안 된다고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의 것을 욕심내지 않고 내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가족 안에서 배웠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내가 잘 난 줄 알았다. 이제는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귀하게 키워준 것임을 알고 있다. 좋아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준 친구와 창피할 정도로 나를 예뻐해 주신 선생님, 나를 보살펴 준 친척과 응원해준 동료들까지 고마운 사람들뿐이다.
머릿속에 온통 한 사람 생각뿐이었던 연애시절도 사무치게 그립다. 그 사람과 결혼해서 토닥토닥하며 20년을 살고 있는 것은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 같다. 그 사랑의 결실인 버릴 것 하나 없는 예쁜 딸과 나를 닮아 사랑스러운 아들까지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연년생을 낳는 바람에 직장까지 그만두고 힘든 육아 때문에 울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 아이들에게 온 세상이었을 엄마였던 그 시절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이야기에 어울리는 노래가 떠올랐다. 노래를 좋아하던 엄마의 영향으로 나는 어릴 때부터 가요를 불렀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녹음하려고 아빠가 큰마음 먹고 녹음기를 샀다고 했다. 네 살 때 부른 장미화의 ‘안녕하세요’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린 나와 마주하는 것 같아 신기하고 행복했다. 그 녹음테이프를 잃어버린 것이 어떤 귀중품을 잃어버린 것보다 더 속상하다.
늘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들으면서 컸다. 가방에는 항상 휴대용 카세트가 있었고 잘 때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잤다.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고 싶어서 대학을 가고 싶었다. 노래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따라 부르며 노래방에서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소심해서 노래방 가수 그 이상은 시도조차 못했지만 노래는 나와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인생이 노래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의 꿈과 젊은 시절의 사랑, 삶의 아픔을 노래와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부족한 글에 내 마음을 다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내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글 쓰는 내내 행복했다. 이제는 내 사랑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를 사랑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8년 5월 30일
서울 용산에서
정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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