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 일기
『광마일기』는 한마디로 말해 ‘즐거운 혼란’이다!
『광마일기(狂馬日記)』는 1990년에 초판이 발간된 마광수 교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읽을 때의 ‘경쾌한 속도감’과 ‘기분 좋게 빨려 들어가기’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소설이다. 이 책은 열 가지의 에피소드가 유기적 관계로 이루어진 사소설 기법의 소설이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현대판 전기(傳奇)소설인 셈이다.
저자는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이는 것, 즉 독자들을 ‘홀리는 것’이 소설의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소설은 근본적으로 ‘합의된 사기’일 수밖에 없고(물론 그 사기는‘즐거운 사기’다), 겉으로 표방하는 주제는 그런 사기 행위에 대한 그럴 듯한 포장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썰을 잘 푸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요, 재미있는 소설이요, 잘 쓴 소설이란 얘기다.”
작가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 소설에서 의도한 ‘명랑한 에로티시즘’이란 ‘성에 탐닉하고 보니까 허무하더라’ 식의 교훈적 포장이나 변명이 없는 솔직하고 당당한 대리배설을 가리킨다. 그리고 ‘해학성이 깃든 퇴폐미’는 윤리적 일탈에 적당한 해학을 곁들여 보다 당당하고 유쾌한 대리배설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의도되었다. ‘웃음’ 역시 눈물 못지않은 카타르시스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광마일기』를 통해 한마디로 말해 ‘즐거운 혼란’을 주려고 한다. 그리고 마치 ‘품위’와 ‘윤리’라는 소독약을 쳐 물고기가 못살게 된 강물과도 같아져버린 한국문학계의 ‘물’을 적당히 흐려놓아 물고기들을 되살려보려고 했다. 또한 너무 큰 ‘대하(大河)’만을 바라는 ‘스케일 제일주의’에 빠져버린 한국문학을 좁은 ‘개천’으로 끌어들여 보려고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광마일기』‘경쾌한 속도감’을 독자에게 선물해 준다!
『광마일기』의 문장은 정말 무겁지 않고 가볍다. 그리고 빠르게 읽힌다. ‘경쾌한 속도감’을 독자에게 선물해 준다고나 할까? 한 문장을 가지고 절대 두 번 읽어야 하는 일이 없다. 이런 문장은 소설 속의 유쾌ㆍ통쾌ㆍ상쾌한 내용과 조화를 이루어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倍加)시킨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이 땅에서 ‘고급문화’의 신화를 엮어온 기존의 상징체들, 즉 ‘지성의 권위’ ‘전통 윤리를 등에 업은 폐쇄적 도덕주의’ ‘학자적 품위’ ‘문인의 양반의식’ 등에 기생하여 보신(保身)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교수로서의 나든 작가로서의 나든 나는 더 이상 이중적으로 점잔 빼며 ‘품위의 꼭두각시’로 머물고 싶진 않았다. 이제는 이미 설득력을 상실한 ‘조선조식 봉건윤리’와 ‘관념적 교훈으로 포장된 소설’이 갖는 ‘상수도 문화’의 신성불가침성을, 나는 ‘하수도 문화’ 의 방식으로 파괴해버리고 싶었다. 그래야만 우리 문화가 비로소 ‘자유’와 ‘다원(多元)’의 기치 아래 새로운 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략]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현실적 도덕’과 ‘문학적 도덕’을 혼동하고 있다. 이를테면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해서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도 조금도 뉘우치지 않는다. 현실적 도덕률의 입장에서 볼 때 뫼르소는 분명 패륜아다. 그러나 문학적 도덕률의 입장에서 볼 때 뫼르소의 행위는 실존적 인식의 리얼한 반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략]
“나는 정치적 ‘투사’가 아니요 그저 솔직해보려고 애쓴 선생이나 글쟁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강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학기 중에 갑자기 잡혀가고 형사범이 되기까지 하면서 계속 늠름하게 신나긴 어렵다. 문화도 산업이라고 하면서, 잘 돌아가던 기계를 우리 사회의 시대착오적 봉건윤리 신봉자들은 기계 이용자(즉 독자)들의 합의도 없이 돌연히 망가뜨려놓았다.”
그런데 『광마일기』를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소설 속 주인공으로 사용하는 것에 있다. 작가는 그 이유에 대해 ‘실감나는 거짓말’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썰을 몹시도 잘 푸는 소설’인 『광마일기』를 통해 우리는 둘이 읽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정말 재미있는 소설의 세계로 푹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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