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행복 스코틀란드 산책
스코틀란드에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은 더 이상 놀랄 만한 것이 아니다. 워낙 절경들이 끝없이 이어지다 보니 가끔 그저 그런 풍경이 나오면 그게 더 신기할 정도다. 집들도 모두 왕자나 공주 아니면 요정이 살고 있을 법한 별장처럼 보인다. 아주 오래 전부터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여행을 하려면 우선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어렵게 가는 여행이니 알차게 보내겠다고 이것저것 복잡하게 여정을 짜다 보면 그게 또 꽤나 스트레스가 된다. 계획만 짜다 지치는 것이다.
그런데스코틀란드 여행에서는 계획이 없어도 좋다. 자 떠나자! 하고 마음만 먹으면 된다. 숙박? 마음껏 돌아다니다 저녁이 되면 ‘빈 방 있음’ 불이 켜진 집 아무 집이나 들어가도 방을 내준다. 복잡한 계획 없이 그냥 훌쩍 떠나고 싶을 때는, 스코틀란드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감기에 걸리면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는 풍습이 있다. 스코틀란드에도스코치에 설탕과 따뜻한 물을 타서 마시는 토디가 있다. 더운물에 설탕을 녹인 다음 스코치를 타면 훌륭한 감기 처방이 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기회 되면 한 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또 스코티시들은스코치 위스키를 ‘산이슬’이라고 부른다. 마침 우리에겐 참이슬이라고 부르는 술이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래저래 비슷한 부분이 많아 반갑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골프의 발상지인 세인트안드루스올드코스에서라운딩을 하고 싶어 한다. 올드코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코스 내에 있는 구릉도, 무릎까지 오는 관목이나 잡초도, 사람 키보다 깊은 벙커와 거침 없이 부는 바다 바람도 모두 자연 그대로여서 너무나 아름답다. 바로 이거다. 골프코스는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본이다. 우리나라처럼 아름다운 산을 두부 자르듯 깎고 평탄작업을 하고 나무 몇 그루 중간중간에 심어 놓은 것이 아니라, 그 지형의 자연을 최대한 살려 그대로 코스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보면 주인공과 동료들이 정말 용맹하게 싸우는데 사실 이유가 있다. 한 번 싸움이 붙으면 싸워 살아 남거나 아니면 죽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란드는사면이 차가운 바다로 둘러싸여 갈 곳이 없고, 육지에도 높은 산이 없어서 도무지 숨을 곳이 없다. 그러니 죽기살기로 싸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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