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3
해방공간의 좌우 대립과 갈등은 6 · 25 전쟁으로 극단적인 편가름을 한다. 우정과 인심은 한쪽으로 내몰리게 되고, 산 자도 죽은 자도 고통과 절망에 휩싸이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민서는 지식층으로 대변되는 인물로서 민족 자주의 중도를 걷고자 하지만,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그의 노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한민서는 행방불명으로 영원히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되지만, 전쟁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자들 앞엔 다시금 한 서린 응어리와 반목만이 남았을 뿐이다. 행방불명자의 아내가 겪어야 하는 절망, 아버지의 그림자를 머리에 이고 진수렁에서 허우적거리나, 아니면 아버지의 실체를 찾아나서 방랑자가 되는 자손들.
그리고 한민서의 처 종부네를 통해 청상과부들의 절망에 가까운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눈물로만 지새울 수 없어 술과 담배로 한숨을 흩날리며 넉살좋은 입담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아이고, 쇠씹같은 소릴랑 허지를 마소. 다 부질없는 짓이제. 그 잘난 가장에 땜시 자식새끼들 앞날만 눈먼 당달봉사 신세제.' 그녀의 피를 토하는 마디진 한 마딘느 암담한 먹장구름으로 내리덮으며, 연좌제라는 비극적 멍에를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안고 한많은 삶을 살아야 했던 역사적 진실을 핏빛으로 빚어낸다.
방대한 사료를 토대로 하여 생생한 생활상을 토속적인 해학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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