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밀한 역사
인간의 고뇌와 불안에 응답하는 희망의 인류사
옥스퍼드 석학 시어도어 젤딘의 기념비적 저작
고독, 불안, 욕망, 호기심, 연민, 공포…
문명과 시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렌즈로
현대인의 삶을 조망하다
★ 27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화제작
★ 베스트셀러《인생의 발견》작가의 대표작
★ “다음 세기에도 지속될 사상을 가진 40인” _<인디펜던트>
★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100인” _<마가진 리테레르>
★ 울프슨 역사상(Wolfson Prize) 수상 작가
옥스퍼드의 역사학 석학 시어도어 젤딘은 독창적인 역사 연구로 역사학계에 우뚝한 발자취를 남긴 역사가이자 사상가다. 《인간의 내밀한 역사》는 그의 대표작으로 지금까지 27개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 책에서 그는 고독, 사랑, 공포, 호기심, 연민, 우울, 대화법, 섹스와 요리법, 이성애와 동성애, 운명 등 독특한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류의 경험’을 고찰한다.
젤딘이 기술하는 역사는 박물관 진열장 안에 잠들어 있는 유물이나 연대기 중심의 전쟁사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개방과 풍요의 시대에도 인간은 왜 여전히 우울한지, 자유의 확대에도 왜 삶의 방향감각을 찾을 수 없는지,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서로에 대한 희망을 잃어왔는지, 왜 증오와 공포가 우리 삶을 떠나지 않는지, 외로움에 대한 면역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등 오늘날 현대인의 내면을 속박하는 문제들에 관심을 둔다. 인류가 오랜 시간 근심해온 주제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그 문제들이 지금까지 어떤 역사적 변천을 겪어왔으며, 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그려낸다. 바이킹들이 품은 경멸에 대한 공포와 ‘평판’이라는 현대의 공포를, 10세기 일본 상류사회에서 벌어졌던 성해방의 역사와 현대 여성이 겪는 이성관계의 좌절을, 기원전 2세기 도교도들이 만든 해방구와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도피를 연결시키며 새로이 읽어낸다. 한 사람의 짧은 생 안에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들도 전 인류의 역사라는 광활한 지평 위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실마리를 드러내고, 개인적인 실패와 책임으로 치부되던 것들도 새로운 맥락을 드러내는 까닭이다.
그는 미래를 새롭게 보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를 새롭게 보아야 하며, 이 때 인간을 오랫동안 옥죄어 온 과거의 망령들과도 결별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독자들은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얻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야심에 치여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나는 언제나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인류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살펴보면서 탈출구를 찾으려 했다. 만약 그 사람이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 인류의 경험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늘 자문했다. (…)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뿌리에만 연연하면서, 그들이 태어날 때 물려받은 유산, 즉 인류의 경험 전체에 대해 아무런 상속권도 주장하지 않았다. 각 세대는 오직 자신에게 없다고 여겨지는 것만을 찾으려 했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나는 연대기적으로 죽은 사람들의 행적을 더듬는 방식이 아니라 각 개인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현실에 그가 물려받은 유산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인류의 경험을 요약하고자 한다.” -1장 ‘새로운 만남은 잃어버렸던 희망을 소생시킨다’ (41쪽)
“내 인생은 실패했습니다”
삶에 관한 잘못된 결론을 거부하기 위하여
살아있거나 죽은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영혼의 동료를 발견하는 길
《인간의 내밀한 역사》는 각 장의 전반부를 각계각층의 프랑스 여성들과의 인터뷰로 열어젖힌다. 가정부, 순경, 농부, 간호사, 세무 조사관, 의사, 시장, 화가, 언론인, 실업자 등에서부터 심지어는 부랑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속해 있고, 또 우리 주변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번민하고 소망하는 주제들, 무기력, 사랑, 욕망, 외로움, 우정, 권력, 존경심 등을 중심으로 인류가 이런 주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살핀다.
1장에서 독자들은 “내 인생은 실패했다”라고 결론짓는 쉰한 살의 쥘리에트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가정부였고 그녀도 평생 가정부 일을 해왔으며 자식들 또한 그와 흡사한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삶이 바뀔 수는 없었을까? 만약 바뀔 수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미래에 대한 새로운 삶의 비전은 과거를 새롭게 봄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저자는 인류사 전체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한다. 쥘리에트의 불행 이면에서 젤딘은 자신을 실패자로 간주하거나 혹은 그렇게 취급되어온 모든 사람들을 본다. 자기 삶을 소유하지 못하고,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우받지 못하며, 남들의 의지에 따라 생이 결정되어온 사람들의 역사를 본다. 젤딘은 여기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노예제의 역사를 살피기 시작한다. 노예제 폐지가 삶에 대한 체념을 종식시킨 것은 아니었다. 젤딘은 자유란 단지 법으로 보호되는 권리의 문제만은 아니며, 오늘날 희망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전망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고 역설한다.
젤딘의 해법은 현미경과 망원경 둘 다를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현미경을 통해서는 생활 속에서 가장 밀접하게 마주치는 세부적인 것들을 보고, 망원경을 통해서는 원거리에서 큰 문제들을 조망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앞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선택권이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과거를 너무 빨리 재생시키면 인생은 무의미해 보이고, 인류는 수도꼭지에서 곧장 하수구로 떨어지는 물과 같은 존재가 된다. 현대의 역사 영화는 느린 화면으로 상영되어야 한다. 비록 밤하늘이 흐려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별과 같은 존재로서 살아왔음을, 여전히 탐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신비로운 존재로서 살아왔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초점은 각 개인들의 눈에 얼마만큼의 두려움이 깃들어 있는지를, 그리고 한편으로는 서로 두려움 없이 만날 수 있는 세계가 얼마나 많은지를 아주 가까이서 보여주는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3장 ‘사람들은 이제 더 깊고 먼 곳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시작했다’ (92쪽)
“나는 이 책에서 지각의 초점을 바꾸기만 해도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행동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인생의 미묘한 음영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자동카메라 다루듯 해서는 안 된다. 직접 초점을 맞추고 빛과 그림자를 잘 다룰 수 있어야만 진정 흥미로운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 -24장 ‘사람들이 서로 우호적으로 대하게 된 경위’ (639~640쪽)
“자유로운 정신의 만남을 허하라”
종교, 계층, 성별… 증오와 적개심의 세계에서
이해와 환대의 세계로 나아가기
젤딘은 특히 그동안 역사의 결론처럼 받아들여지던 생각들,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이며 인간 사이의 갈등은 해소할 수 없다는 해묵은 오해에 도전한다. 그는 오늘날 존재하는 반목이 역사의 논리적 귀결이 아니며, 미래의 결론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주목을 얻지 못했던 생각들, 인류가 여성과 남성 사이, 신자와 비신자 사이, 계층과 인종 사이에 놓인 벽을 뛰어넘으려 애썼던 순간들을 복원해낸다. 인류는 전 시대에 걸쳐 새로운 형태의 사랑과 우정을 발명해내고, 낯선 이에 대한 적대감에 저항해왔으며, 존경을 주고받는 관계를 모색해왔다. 젤딘은 전쟁과 갈등의 역사만큼 이해와 관용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도교의 사원은 단순히 신을 모셔놓은 장소가 아니라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대화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곳, 음악과 연극과 장기와 독서와 무예와 의료 모임들이 각각 자신들이 믿는 신을 모셔놓고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 지금은 ‘성전’이라는 율법으로만 읽히는 코란의 메카 장에는 전쟁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처음 250년 동안 이슬람교는 각 개인의 이성과 코란 해석에 관해 상당한 자유를 허용했다. 이슬람교를 단층적이고 변하지 않는 단일체로 인식하는 외부인들은 이슬람교 전통의 풍요로움, 이슬람교가 다른 종교의 역사와 공유하고 있는 복잡한 감정들, 그리고 인간 내면의 믿음은 오직 신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말이 갖는 중요성을 완전히 놓치고 있는 셈이다. 예수가 코란에 93번 언급된다거나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중세 이슬람 철학자 이븐시나를 251번 언급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우리는 다시 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인류의 가장 눈부신 성취는 틈새에서, 이질적인 사상과 문화의 만남에서 탄생해왔다. 이것이 타인에 대한 냉소와 증오로 얼룩진 세계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역사의 교훈일 것이다.
“만남은 걱정과 근심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또한 희망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희망은 바로 인간다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25장 ‘영혼의 동료 사이에 가능한 일’ (682쪽)
“내가 독자들에게 제공한 안경은 그런 수정을 돕고, 역사가 과거에 이루어졌던 것처럼 그렇게 될 필요는 없었다는 것, 그리고 오늘날 존재하는 것들이 역사의 논리적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역사가 사람을 구속하는 곳에서는 자유가 있을 수 없다. 불가피함이나 필연성을 암시하지 않고 인간의 경험 전체를 어떤 뚜렷한 목적을 이끌어내는 원천으로 제시하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썼다. 인간의 과거 경험은 또한 방대한 대안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25장 ‘영혼의 동료 사이에 가능한 일’ (6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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