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혜 문학관
민족시인 정명혜의 생애와 진실을 다룬 <정명혜 문학관>은 한 편의 완벽한 역사소설이자 추리소설이다. 아니다. 이미 입증된 알리바이를 재구성하는 판타지이며, 로맨스, 미스터리를 망라하는 그 모든 것이다.
(박혜영, 소설가)
산수유 꽃망울이 터지며 봄이 피어나는 어느 날 국립현대미술관 <근대의 기원> 전시에서 발견한 <나의, 명혜>는, 우리가 아는 정명혜는 과연 누구인가, 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이끌어내며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정명혜 문학관>은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으로 알려진 정명혜의 일생과 사랑, 명성 속에 숨겨졌던 정체를 추적해 나가는 소설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과 연암 박지원 선생의 후손이 교류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장난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소설은 이야기에 살이 붙고 치밀한 구조와 유려한 문장이 입혀지며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곳, 남애>, <푸른 개를 보았다>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박선경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작가는 전작에서 보여 준 섬세한 문체와 문제의 본질까지 밀고 나가는 결단력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1940년대 경성과 현재를 오가며 폭넓은 서사와 풍부한 상상력, 신여성으로 대변되는 매력적인 인물을 창조하고, 생선 냄새가 나는 내륙지방인 동화시를 배경으로 전시기획 ‘달인’과 그곳에서 일하게 된 유림과 해진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후손으로 연암 박지원 가문의 후손인 박무영과 결혼하고 스물일곱에 요절한 정명혜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전국민에게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대표 시 ‘산수유’, ‘붉은밥’, ‘그 집’ 등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에 항상 꼽히며, 정명혜를 소재로 한 글짓기 대회가 열리는 등 가히 독립운동계의 아이돌로 불릴 만큼 그 인기를 자랑한다. 양장을 하고 모자를 쓴 독사진과 이화여전 졸업 사진이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한편, 국내 최고의 모형물 제작으로 유명한 전시기획 ‘달인’은 정명혜 사망 100주년에 즈음하여 동화시가 추진하는 <정명혜 문학관> 입찰을 따내며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해진의 부상으로 인해 ‘달인’에 대타로 투입된 유림은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를 진행할수록 감춰져 있던 정명혜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민족의 독립과 창작에 고뇌하는 신여성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모험가로, 허명을 떨치고 끝내 나 자신으로 일어선 실재자로, 정명혜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특별한 의미와 독보적인 가치를 전달하며 독자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게 된다. 산수유 꽃망울이 터지며 피어나는 봄처럼 눈부신 소설이다.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안마저도 뒤엎어버리는 거짓과 진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정명혜 문학관>은 진심과 진실을 담은 소설로 희망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질문할 수 있다.
과연 정명혜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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