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 자본주의의 끝과 인간-너머를 말하다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 자본주의의 끝과 인간-너머를 말하다

저자
손희정 지음
출판사
메멘토
출판일
2024-02-18
등록일
2024-09-0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19MB
공급사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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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을 읽으며 6장에 다다른 독자라면
‘우리는 레퓨지아가 되고 싶다.
레퓨지아를 만들고 지키고 싶다’고 외칠 것이다.\'
-김영옥(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공동대표)

지구 행성의 위기에 대한 문화평론가 손희정의 응답
근대적 세계관을 뒤엎는 새로운 사유들을 경유해
인류세 시대 대중문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다


라디오, 방송, 유튜브, 신문 등 다양한 플랫폼을 전방위로 오가며 대중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온 손희정 문화평론가의 다섯 번째 단독 저서가 나왔다.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는 그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을 겪으며 지난 3년간 공글린 사유의 기록이다. 지구 행성적 차원의 위기에 직면해서도 가속을 늦추지 않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알고자 부단히 읽고 보았고, 여기에 거대서사가 지워버린 작은 것들과 함께해온 페미니스트 인식론과 ‘조각보’처럼 이어진 사유의 목록을 제시한다.

휴머니즘, 발전주의 진보사관, 부계혈통주의, 이성애중심주의, 군사주의, 자본주의, 종차별주의는 근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다. 저자는 이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하는 페미니스트 과학철학과 인류학, 비판적 포스트휴먼 담론,?남반구 철학, 신유물론, 돌봄/의존 관점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며, 기후/생태 위기를 보지 못하거나 하찮게 여기도록 만드는 세계관과 그 세계관을 지지하는 서사, 우리를 \'인식론적 차폐막 뒤에 머물도록 만드는 문화적 은폐\'를 분석하고 드러낸다. 특히 \'사회가 일련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도록 만드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일컫는 ‘지배적 허구(dominant fiction)’(카자 실버먼)라는 개념을 차용해 할리우드를 필두로 한 세계의 대중문화가, 파국이라는 위기감뿐만 아니라 북반구 중심의 이분법적 세계관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환상에 기댄 파국의 해결책을 전 세계에 이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파국이라는 말, 위기라는 감각, 재난이라는 현실이
어떻게 쾌락을 주는 스펙터클과 이야기로 소비되고 있는가?\'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지배적 허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저자에 따르면, 지배적 허구는 다양한 이데올로기들의 촘촘한 연결 속에서 스스로 지속시킨다. 파국의 원인에서 눈을 돌리게 만들어 파국을 스펙터클로 즐기고 소비하게 만드는 대중적인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면, ‘인간-남성-문명’ 대 ‘정령-여성-자연’이라는 근대적 이분법과 강력한 피의 끌림이라는 부계혈통주의가 견인하는 ‘아바타’ 시리즈는 진부한 남성 영웅 서사에 비장애인 중심의 군사주의를 버무려놓은 퇴행적 작품이다. <아바타>식 생태주의는 자연에 대한 애완(愛玩)일 뿐이다.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의 자장 안에 있는 ‘말레피센트’와 ‘겨울왕국’ 시리즈는 어떨까? 여기에서는 자연(the unknown)을 길들여 문명 안으로 포섭하는 과정이 중요한 테마로 설정되고, 모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왕의 딸’이어야만 한다는 신(新)신분제적 상상력이 펼쳐진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 원더우먼, 캡틴 마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대니와 그레이스 같은 군인-여성 영웅의 형상은 군사주의의 적극적인 행위자가 된 파퓰러 페미니즘 담론이 빠진 함정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 작품들이 특정한 ‘남성적’ 신체성을 지닌 자가 끝내 살아남으리라는 능력 중심적이고 젠더화된 생존주의를 제시한다고 분석한다.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나 <모아나>처럼 지배적 허구가 가려놓았던 작은 이야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펼쳐내는 서사도 있다. 특히, 말하는 너구리 로켓의 사연에 집중한 <가오갤> 3편은 인간이 비인간 동물에게 자행한 폭력과 휴머니즘 비판하고, 대자연의 어머니 테피티가 반인반신의 영웅 마우이에게 빼앗긴 심장을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돌려주는 모아나는 자연의 미래를 당겨써 문명을 살찌우지 않겠다는 결심을 보여준다.

\'어떻게 하면 인간 너머를 말하되
파괴적인 인간 혐오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쑬루세, 신유물론, 페미니즘, 오드킨, 포스트휴먼, 돌봄/의존,
레퓨지아의 상상력으로 파국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하다


저자는 \'파국을 진단하는 사람들, 파국을 대하는 태도들, 파국 너머를 상상하는 사람들\'을 검토하면서 부상하는 대항 역능(puissance)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혐오와 냉소에 빠져 \'우리 다 망했다\'라고 비명을 지르기보다 다양한 사유의 얽힘 속에서 비로소 가능해지는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실제로 이미 세계에는 수많은 종말들(the Ends of the world)이 있어왔다. 북반구가 본인들의 역사가 새겨지지 않은 땅을 텅 빈 ‘황무지(wilderness)’로 여기고 죄의식 없이 생물들을 절멸(omnicide)시켜온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세계의 끝’을 말할 때, 좌절감에서 한 발짝 물러나 파국의 진정한 원인을 찾고, 인간/비인간 난민으로 가득 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 방법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쑬루세, 신유물론, 페미니즘, 오드킨, 포스트휴먼, 돌봄/의존, 레퓨지아 같은 새로운 상상력이다.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 도나 해러웨이가 인류세나 자본세라는 명명 대신 제안한 ‘쑬루세(Chthulucene)’는 공-지하적(sym-chthonic) 힘, 즉 땅이 가진 분해 및 재생산의 거대한 역량을 고려하자고 요청하는 의미의 용어다. ‘오드킨(odd kin, 기이한 친척)’ 역시 해러웨이가 말한, 혈통주의를 벗어난 대안적 가족이다.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은 물질/비물질, 육체/정신 사이에 위계를 긋는 근대적, 이원론적 세계관을 비판하고 물질에 대해 재사유한다. ‘페미니즘과 퀴어 담론’은 특정 인구만을 인간으로 설정하는 근대적 휴머니즘을 비판하고 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은 \'새로운 정신성 또는 초월성이라는 형식에 빠져들지 않고 ‘인류의 종말’ 이후의 인간을 생각\'하고자 한다. ‘돌봄과 의존’을 말하는 건 능력과 자립을 강조하고 각자도생의 생존주의를 ‘자연’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자유주의 사회에 대한 급진적인 비평이 될 수 있다. ‘레퓨지아’는 인류학자 애나 칭이 말한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는 다양한 생명 종의 피난처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와 오드킨, 포스트휴먼의 구체적 형상을 보여주는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해야 하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동반자 관계’를 탐색하는 <아임 유어 맨>, 레퓨지아에 대한 이야기 <스위트 투스>, 그리고 쑬루세의 진정한 의미를 만날 수 있는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수라의 7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수라>-. 페미니즘으로 분류되지 않는 다양한 관람과 독서 목록,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정치(精緻)한 분석과 비평은 인식론적 전환을 일으키는 대안 담론들을 더 깊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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