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살인사건
클래식 미스터리의 레전드! ‘니시무라 교타로’의 장편소설 [묵시록 살인사건』이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블루홀식스에서는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으로는 [화려한 유괴]다음으로 출간하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국내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유키 하루오’,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국내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묵시록 살인사건』은 개인주의와 배금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생생한 모습과,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채우는 사이비 종교 단체 지도자와 경찰 사이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사회파 미스터리다.
‘현대의 광기’를 다이내믹하게 그려낸 거장의 역작 장편 미스터리!?
[묵시록 살인사건』은 1980년 처음 발표된 작품으로 ‘니시무라 교타로’가 데뷔 초기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1970년대 후반 철도 소재 미스터리가 성공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사회파 미스터리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인기 등장인물인 도쓰가와 경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당시 일본 사회에 깔린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그늘 아래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생생한 모습, 그런 그들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채우는 사이비 종교 단체 지도자와 경찰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작품, [묵시록 살인사건』을 내놓았다.
[묵시록 살인사건』의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일요일, 긴자의 거리에 나비 떼가 날아든다. 나비가 처음 나타난 곳에서는 성경 구절을 새긴 팔찌를 찬 청년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후 예고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도쓰가와 경부가 이끄는 수사본부는 당황하고 만다. 계속 이어지는 청년 신도들의 자살. 그들 뒤에 존재하는 어둠의 집단. 그곳의 지도자는 과연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정녕 죽음을 바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묵시록 살인사건』만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만 살펴보자면 첫째, 하늘을 뒤덮는 나비 떼와 풍선의 출현처럼 독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설정, 둘째, 일본 국내외를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 셋째, 하나하나 찬찬히 쌓아 올리는 듯한 정중한 전개, 넷째, 뛰어난 가독성으로 좀처럼 책장을 멈출 수 없는 것이 특징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작품 출간 4년 후 일본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을 일으킨 사이비 종교 단체 ‘옴 진리교’가 일본에서 결성됐다는 점을 통해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작가의 사회적 혜안 역시 엿볼 수 있다. 물론 출간된 지 오래된 작품답게 작품 속 세세한 장치나 설정이 다소 고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의성이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은 결코 80년대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낙관과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방황한다. 이들의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려는 집단이 여전히 있을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경고하는 듯한 작가의 메시지를 오늘날에도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결코 현란하지 않지만 그만큼 담백하고 정중한 이야기의 묘미를 맛보시기를.
\'반대로 묻겠습니다만,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겁니까?\'
클래식 미스터리의 레전드! ‘니시무라 교타로’는 193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립 전기공업학교를 졸업 후 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퇴직 후 사립탐정,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현상 공모에 도전한 끝에 1963년 단편 [일그러진 아침』으로 제2회 올읽기물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고 1965년 [천사의 상흔』으로 제1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지위를 확립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질 낮은 사회파 소설이 난립함으로써 일본에서 사회파 미스터리를 위시한 추리소설 붐이 차차 가라앉는 시기였던 1960년 중반에 어렵게 데뷔했다. 이렇듯 초반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이후 논리를 중시한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요소를 훌륭하게 융합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하며 70년대부터 서서히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렇게 작가로의 입지를 확보한 후, ‘니시무라 교타로’는 2021년까지 출간 작품 수 약 700편, 누적 발행 부수 2억 부가 넘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중의 거장이다. 그는 1961년 단편 [검은 기억』으로 데뷔 후 2022년 3월 92세로 별세하기 전까지 백 엔짜리 볼펜으로 특별 주문한 400자 원고지를 하루에 20장씩 쓰며 정력적으로 집필 활동을 계속했던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식상할 정도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리빙 레전드’라 부를수 있다.
실제로 ‘아야츠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수많은 유명 중견 미스터리 작가들이 ‘니시무라 교타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으며, 특히 1978년작 [침대특급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하는 그의 ‘트래블 미스터리’ 시리즈는 향수를 자극하는 일본 명소들을 아름답게 묘사할 뿐 아니라 열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참신한 트릭을 선보였다.
이러한 작가는 2017년 출간한 작품이 600편이 넘을 시점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출간해 도쿄의 대형 전파탑인 스카이트리의 높이(634미터)를 넘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2021년 출간 작품 수 680편을 넘기며 작가의 목표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2019년에는 대표작인 ‘도쓰가와 경부 시리즈’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고상’을 수상하며 또다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니시무라 교타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0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마음은 신인과 같다. 집필 속도가 늦어지면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 든다. 앞으로도 펜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
집필을 향한 ‘니시무라 교타로’의 포부가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는 없게 된 것이 애석하지만, 이미 680편이 넘는 작품이 선물처럼 남아 있다. 그중 옥석 같은 작품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께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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