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테니스 - 언제 어떻게든 공은 날아온다
‘테니스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공의 모습에 집중한다. 회전하는 공 주변으로 솔기가 보인다. 눈을 더 크게 뜬다. 머릿속에 잡념이 사라진다. ‘이 공을 잘 받을 수 있을까’ ‘잘해내야 한다’ 따위의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몸이 저절로 라켓 면을 세운다. 라켓을 쥔 손 전체에 힘이 들어간다.
텅. 아까보다 낮은 음색의 소리. 공이 맞는 순간, 머리 속도 텅 빈다. 어떤 불안도 지루함도 없다. 그저 공을 친다.\'
아무튼 시리즈 일흔네 번째 이야기는 테니스다. 매거진 〈B〉, 토스 등에서 에디터로 일한 손현 작가의 에세이다. 경쟁이 싫어서, 경쟁에 지쳐서, 몸과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테니스를 시작하고서 푹 빠져들게 되기까지, 테니스와 인생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산뜻한 옵틱 옐로우 빛깔의 공, 팽팽하게 당겨진 라켓, 흐트러짐 없는 하얀색 직선의 코트. 그리고 쉴 새 없이 스텝을 밟으며 숨이 차오르도록 공을 쫓는 랠리, 그 타격음과 가쁜 호흡과 코트를 밟는 소리만이 가득한 도심 속 텅 빈 공간. 작가는 그 테니스라는 매력적인 운동에 대해서, 테니스 코트라는 공간, 그 코트를 찾는 시간, 함께 모인 사람들에 대해서 역시 산뜻하고 단정한 문체로 담아냈다.
\'결국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코트로 간다. 어쩌면 이게 테니스 코트가 나의 인생 공간인 이유다. 빈 공간에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 타인의 소리, 내면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순간을 보내고 나면 기쁨이 찾아오고 스스로를 관대하게 돌아보게 된다. 아내의 배우자로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순수히 테니스를 좋아하는 개인으로서, 내 삶을 충분히 잘 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매번 답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로 귀결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을 다잡는다. 다음에 코트로 나가기 전까지, 한 주를 더 잘 살아보자고 말이다.\'
팡- 팡- 치다 보면 떠오르는 인생의 장면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할 무렵 이직과 퇴사를 반복하고, ‘빅뱅’에 비할 만큼 삶을 송두리째 바꾼 출산과 양육이 시작되고, 그러는 동안 테니스라는 운동, 짬, 피난처는 작가에게 더욱 간절해진다. 그랬기에 이 책은 테니스의 매력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에 닥친 어떤 순간들, 그 삶의 페이지마다 기록된 실패와 성공, 선택의 기로 들을 겹겹이 포개 깊이를 더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테니스를 다룬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를 그 위에 더해 ‘테니스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완성했다.
\'언제 어떻게든 공은 날아온다. 공이 라인 근처에 애매하게 떨어지고 있다면 일단 준비하자. 공을 칠까 말까 할 땐 치는 게 차라리 낫다. 라인은 생각보다 두껍다. 그리고 라인 위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두꺼운 라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코트 위에 선 자의 몫이다. 그 선택이 인생에서 어떤 포인트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삶이라는 코트에서 조금씩 이기는 유일한 방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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