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선 선비들이 아내를 떠나보내며 지은 제문 49편을 엮은 책. 민족문화추진회편『한국문집총간』에 실린,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제문 중에서 아내를 대상으로 한 것을 발췌해 번역하였다. 조선시대 가정에서 남편이 품었던 고민과 아내가 겪었던 고통, 그리고 함께 나누었던 일들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아내를 잃은 선비들은 딱딱하고 건조한 내용이 아니라 편지글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전하고 있다. 남편의 사랑과 아내의 헌신을 담은 글이 대부분이지만 당시의 습속을 알게 해주는 글도 만나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알 수 있는 풍속화들과 함께 편집하여 읽는 감동에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목차
[전란의 고통을 함께 겪으며]
정을 쏟던 그 마음이 깊은 슬픔이 되어/윤근수
당신은 나 때문에 죽고, 나는 당신 때문에 살고/조찬한
어여쁜 모습은 언제 다시 보며/이정암
'지기'라는 친구들도 자네보다 낫지 않았네/정흥명
슬하에 자식도 없이,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황신
거칠게 대한 잘못을 속죄할 길 없어/정양
슬픔이 병이 되어/이은상
텅 빈 방이 쓸쓸하기 그지없고/이관명
[서둘러 먼저 떠난 그대]
술잔을 잡고 깊이 슬퍼하며/신익성
어미 잃은 아이들을 살펴주구려/민유중
낭랑한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남아/오도일
깊이 알고 이해하는 좋은 벗을 잃어/이해조
바람 불고 눈 내려 보이는 것마다 스산하니/채팽윤
전날의 약속은 모두 어디로 가고/이삼
진정 슬픈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오/오원
가슴 속 응어리가 엉킨 실타래 같아/신경준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미안하오/이복원
한스러운 이 마음을 어떻게 가누겠소/정범조
무명 치마 하나 온전한 것이 없고/신좌모
[마지막 배웅도 못 한 채]
행복한 순간은 어찌 이리도 짧고/이시발
필부가 목숨 바쳐 하늘을 감동시켜/고용후
백년해로하자던 약속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조경
나같이 못난 사람과 짝이 되어/송시열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통곡할 뿐/정호
텅 빈 골짜기에 날은 저무는데 향불 피울 사람 하나 없이/조덕린
웃은 일은 다 당신 덕분이었소/체제공
죽어서 돌아갈 곳조차 없으니/박준원
[살아남은 자의 슬픔]
추울가 옷 한 벌 지어 보내오/권문해
백옥은 빛을 잃고 붉은 난은 향기를 잃어/고용후
30년은 한바탕 꿈처럼 빠르게 지나가고/이만부
아련한 음성이 귀에 들리는 듯/박필주
치마를 다 만들기도 전에/황경원
굶주리는 가운데서도 책은 팔지 않아/이인상
아이가 잠결에 내가 어미인 줄 알고/박윤원
누가 있어 저녁 종소리에 나를 기다려줄지/박윤묵
휘장을 거둬내고 불러봐도, 관에 기대어 울어봐도/홍석주
자취가 있든 없든 슬프긴 마찬가지/임헌회
[백 년 해로도 덧없어]
언제쯤에나 당신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는지/조익
텅 빈 방에는 달빛만 싸늘하고/조지겸
정성이 지극하면 이승과 저승도 통하리니/윤봉구
평생의 의리가 오늘로 끝나니/민우수
외로운 몸 어디 하나 의지할 사람 없고/신경
늙은이 혼자 살아남아 무엇으로 마음달래리/이상정
쌓인 슬픔에 몸이 허물어져가니/임희성
외로운 학이 달 아래서 울고/홍양호
두 사람의 슬픔이 내 한 몸에 모여들어/유언호
아득한 세월을 어떻게 견딜지/성해응
홀로 남은 물고기는 근심으로 잠들지 못하고/이시원
하늘이 정한 수명은 피할 수가 없어/송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