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86년 문학 무크지 「민의」에 <임진강> 외 5편으로 등단한 이흔복의 두 번째 시집.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시의 신음과 주검이 널려 있는 황무지를 오히려 자기 시의 태반으로 삼아 기꺼이 온몸을 던져 통과함으로써, 한국인들의 심성에 깊이 잠재한 저 심오하고 웅숭깊은 시혼의 부활을 꿈꾼다.
<물방울의 시>, <장미정원의 장미>, <나는 관음보살을 찾아 먼 길을 갔다> 등 46여 편의 시는 동양의 전통적 우주적 예술관을 시인의 구체적인 삶과 시 쓰기를 통해 새로운 한국시적 형이상에 도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목차
자서
눈에 익은 길 마음속엔 멀다ㅡ장사익
꽃 붉은 꽃
내 생애 단 한 번 내가 울고 있다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
철새들도 추억 속에 집을 짓는다
갈대는 바람과 더불어 피고 진다
두메나 산골
낙타는 길을 잃지 않는다
물고기가 하늘을 헤엄치고 새가 물속을 난다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나는 관음의 보살을 찾아 먼 길을 갔다
산,산,산,산을 넘고 강,강,강,강을 건넜다
나무부다야 나모 바람이 분다
거문도 꿈속의 섬ㅡ한창훈에게
나는 이른봄애호랑나비 등을 타고 날았다
저 산 위의 구름
나는 내가 날아다닐 수 있음을 꿈꿨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꿈인 것처럼 또 겨울이 왔다ㅡ명천(鳴川)선생을 추억함
겨울 달 밝은 밤길
여강 간다
밍샤 산 등어릿길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의 길을 가며
물방울의 시
두보를 따라 방랑의 길을
어느 날 소운 선생을 뵈러 풍서헌에 갔다
K
별을 따러 달에 갔다
그곳으로 나 돌아가리
겨울 도피안사에 갔다
길 아닌 길에 들다
맹수처럼 맹수처럼
산 너머 산
눈물로 꿈을 불러 찾아도 보네
꽃이 지네 가을이 가네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ㅡ아들에게
칠갑산
풀솜 초롱꽃 엽서
영월 동강에서 장운갑 형에게 보내는 엽서
장미정원의 장미
사랑은 가고 아니 오느니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고 싶지만
생과 사의 침묵은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곳에 서서 내 자신의 무덤을 판다
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해는 져서 어두운데
다시 낮술을 들며
해설 - 한때 나였고 또다시 나일 우주만물에 닿는 소리, 시 / 이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