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투스의 심장(개정판)
“완벽한 성공에 마음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완전범죄를 위한 ABC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세계를 결정짓는 히가시노 미스터리의 원형
다른 수식이 필요 없는 최고의 스토리텔러, 히가시노 게이고의 《브루투스의 심장》이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시체를 바통 삼아 릴레이를 한다는 괴이한 설정이 눈에 띄는 《브루투스의 심장》은 1989년에 발표한 초기작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문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출간 직후는 물론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았던 대표 초기작으로, 일본의 연기파 배우 후지와라 타츠야 주연으로 영상화되기도 했다. 당시 기계화 되어가는 사회배경에 주목하여 쓴 미스터리 소설 《브루투스의 심장》은 공대를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에 다녔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험과 지식을 십분 발휘한 작품으로,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더불어 소설 속에서 묘사된 거래만이 존재하는 인간관계,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기계, 대기업의 정보 은폐 구조 등을 날카롭게 묘사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 AI의 등장으로 인한 이슈로 들끓는 지금, 이미 30년 전 시대를 읽어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통찰력이 놀랍다.
사회나 조직의 이런 구조를 묘사는 하되 단죄하지 않는 작가의 태도는 이후 《백야행》, 《환야》, 《편지》같은 작품으로 이어진다. 즉, 《브루투스의 심장》은 지금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세계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본 아마존 독자 추천사
★★★★★ 미스터리 왕도를 따른 추리소설
★★★★★ 지금 읽어도 놀랄 만큼 신선하고 참신하다
★★★★★ 나쁜 인간의 심리를 이렇게도 능숙하게 그릴 수 있다니!
★★★★★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구성
“내가 무엇을 싣고 달리는지 그들은 상상도 못하겠지.”
바통은 시체, 코스는 오사카에서 도쿄
완전범죄를 위한 전대미문의 릴레이가 벌어진다!
주정뱅이에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주인공 다쿠야는 인간에 대한 짙은 불신과 권력지향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다쿠야는 인간에게 군림당하지 않고, 군림하는 자리를 얻기 위해 지독한 노력 끝에 엘리트 로봇 개발자로 성공한다. 하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임원실 직원인 야스코에게 접근하여 내연 관계가 된 그는 전무의 정보를 얻어내어 전무 딸과 결혼할 기회를 얻는다. 모든 게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어느 날, 다쿠야는 야스코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된다. 야스코의 임신이 성공에 대한 방해물이라고 여긴 그는 어떻게 문제를 처리해야 할지 초조해하던 중 뜻밖의 호출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처지와 같은 두 남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일지도 모를 세 남자는 야스코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여 ‘릴레이 살인’을 모의한다. 오사카에서 야스코를 죽이고 도쿄까지 그녀의 시체를 릴레이 하듯 운반하는 일이었다. 다쿠야는 그 괴이한 살인 릴레이 주자 중 두 번째로, 시체를 넘겨받아 운반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다쿠야가 전달받은 시체는 야스코가 아니었고, 살인계획이 틀어지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기묘하게 뒤섞이며 뜻밖의 국면을 맞이한다.
“인간은 반드시 배신을 하는 존재다.
나를 포함해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중략)
그날 밤, 다쿠야는 샴페인을 사서 혼자 이 행운을 축하했다. 무심결에 웃음이 새어나올 만큼 최고로 기분 좋은 밤이었다.
- <1장 살인의 바통> 중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순수하다. 순수하기에 맹목적이어서, 자신이 믿고 있는 것만 바라보며 그를 위해서는 살인도 저지른다. 하지만 소설 속 캐릭터들을 앞뒤 없이 인간성을 상실했다고 묘사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이 박혀 있는 주인공 다쿠야의 생각은 어렸을 때의 불우한 가정생활에 기인한 것이다. 주인공만 그런 것이 아니다. 《브루투스의 심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린 시절, 가족에게서 인간에게서 상처를 받았다. 결국 주인공은 정확한 코드를 입력하면 정확한 답을 주는 기계를 인간보다 신뢰하게 된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는 등장인물들이 벌인 사건이 겹치고 겹치면서 이야기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흘러간다. 사건 자체의 긴장감뿐만 아니라 사건 뒤에 숨은 의미도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데, 배신을 한다는 이유로 모든 인간을 불신했던 다쿠야가 유일하게 믿었던 로봇에 ‘브루투스’라는 이름을 붙인 아이러니한 상황 역시 되새겨보게 된다.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 속에서 독자들은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더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되는지 지켜보게 되고, 소설은 연민과 통쾌함이 뒤섞인 모순적인 감정을 선사하며 마침표인 듯 마침표가 아닌 듯한 강렬한 결말을 던진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대해 어떠한 고민을 해왔는지 찾아볼 수 있는 히가시노 미스터리 소설의 원형을 바로 《브루투스의 심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책 속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기 직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뇌출혈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쿠야는 “드디어 내게도 운이 따르는군.”하는 심정이었다. 고향에는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지만 그 마을에 여전히 그 남자, 자신의 아버지라 칭하는 남자가 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런 남자의 아들이라면 취직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그날 밤, 다쿠야는 샴페인을 사서 혼자 이 행운을 축하했다. 무심결에 웃음이 새어나올 만큼 최고로 기분 좋은 밤이었다.
p.24 <1장 살인의 바통>
그는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않았다. 현재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뛰어난 ‘근로자’에 불과했다. 누군가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는 건 환상일 뿐이라는 게 그의 오랜 철학이었다. 이 세상은 불공평과 차별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태어난 그 순간부터 다양한 계층으로 나눠진다.
언젠가 반드시 최상층의 인간이 된다, 지배자가 된다…….
그것이 다쿠야의 최종 목표였다.
p.26 <1장 살인의 바통>
“경찰은 우선 단독범이거나, 많아야 두 명의 공범을 생각할 거야. 그들의 과거 경험이 그렇게 판단하도록 하겠지. 그러나 우린 셋이야. 여기서 트릭이 생길 수 있지.”
“어떤 트릭?”
“릴레이.”
“릴레이?”
“맞아. 바통은 시체고.”
나오키는 종이에‘도쿄 아쓰기 나고야 오사카’라는 도시 이름을 조금씩 사이를 두고 썼다. 그리고 오사카 위에 X표를 했다.
“야스코는 오사카에서 죽어. 하지만 시체가 발견되는 곳은…….”
그가 쥔 볼펜 끝이 나고야와 아쓰기를 거쳐 도쿄에서 멈췄다.
“약 50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지.”
P.65 <1장 살인의 바통>
결국 로봇은 인간에 필적할 수 없다……. 다쿠야는 이런 식의 얘기가 제일 싫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인간일수록 능력도 없기 마련이라 더 불쾌했다. 인간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하고, 게으름을 부리고, 겁을 먹고, 질투나 할 뿐이다.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대체로 인간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살 뿐이다. 지시가 없으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프로그램에 따라하는 일이라면 로봇이 훨씬 우수하다.
게다가 저 녀석들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 늘어선 로봇을 등지고 다쿠야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것이 그가 로봇을 연구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신을 포함해 인간은 반드시 배신한다.
p.165 <3장 살인의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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