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오래전부터 나는 그의 머리를 뽀개 보고 싶었다.
대체 그 순진무구한 얼굴,그래서 두개골조차 말랑말랑할 것 같은 그의 머리속 어디쯤에서 그처럼 치명적으로
재밌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걸까?
한상운의 작품을 설명하는 데는 단어 세 개면 충분하다.
예측불허. 비교 불허.
그의 이야기에는 예측 불허의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예측 불허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예측 불허의 결말에 도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발적이고 변칙적이다. 그의 이야기는 또한 너무나 독특하고 너무나 이단적이라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양각양)부터 (독비객), (신체강탈자), (무림맹연쇄살인사건), 도살객잔), (비정강호), (특공무림) 까지 심지어는 그 자신의 작품들조차 그 각각-만화량 시리즈를 논외로 친다면-이 너무나 개별적이다.
결국 그 도발적이고 변칙적이고 독특하고 이단적이며 개별적인 색깔들이 한상운이란 트레이드마크를 찍어낸다.
그래서 한상운의 이야기를 읽는 건 내내 가슴 두근거리다 가끔씩 뒤통수 얻어맞아 가며 통렬한 최후의 한 방을 기다리는 즐거운 경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운은 진지한 작가다. 나는 그처럼 삼엄한 자세로 자기 글을 마주하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 그 진지함에서 뽑아져 나오는 역설적인 성분들을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의 머리를 흘끔거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 편집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