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緣) 3
세상을 떠나도 잊을 수 없는 당신의 이름.
누구나 한번쯤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자신의 평생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을 것이다. 남부럽지 않게 사랑을 과시하며 서로의 귓가에 밀어를 속삭이다가도 어느 순간 감정이 틀어져 부딪히는 과정을 겪으면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다. 내가 이 사람과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인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것은 본능적인 활동이다. 어느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마음 속 공허함을 달래줄 단 한 가지가 당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당신을 갈구하는 것이 비단 이 생에서만 일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이승을 떠나는 수향은 로 강을 건넌다. 육계의 기억을 지우는 로 강 앞에서 수향은 되뇐다. 남편을 절대 잊지 않겠노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한다. 차원을 가로지르는 그 약속은 수향의 몸에서 육계의 기억을 온전히 지우지 못하게 하고 잔상을 남긴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불안하기만한 수향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당신의 이름. 휴.
‘휴, 기다리고 있을게.’
휴라는 이름 하나만 가지고 전생과 이생을 잇는 연(緣)을 찾기 위한 수향의 노력을 따라가다 보면, 체계를 거스르며 주위를 정답게 물들이는 그녀의 사랑 앞에 자연스레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온다. 비밀에 둘러싸인 시스템의 눈을 피해 그녀를 돕는 친구들과의 우정은 엇갈리는 연으로 가라않는 마음을 움직이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판타지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육계의 기억을 간직한 수향의 심리 묘사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뿌리를 보여준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문화가 비대해져버린 지금, 세상을 떠나도 잊지 못하는 사랑을 하는 수향을 만난다면 조금은 더 진지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번호 | 별점 | 한줄평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수 |
---|---|---|---|---|---|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