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그 이후의 이야기 3
길을 잃어버린 신데렐라, 그녀를 안내할 토끼조차 없다.
흔히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짜증이 날 정도인데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그저 난봉기질을 그만 거두어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저 명언은 정말 제 값을 한다. 밥 안 먹겠다고 도망 다니는 애 뒤꽁무니를 쫓아다녀보면 무덤정도가 아니라 관 뚜껑마저 용접상태가 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벌어서 험난한 세상 잘살아보자며 애인이었던 그 사람은 친구이며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변신한다. 언젠가부터 그냥 아줌마, 아저씨가 되어 버린 서로를 보는 시선은 그래도 정이라는 끈끈함으로 잘 묶여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인생엔 이름만 남은 비석이 외로이 남게 된다. 그래도 우리의 신데렐라는 왕자님과의 결혼 후에도 뭔가 일반인과 다르지 않을까? 알콩달콩하며 가슴 아프고 절절한 사랑이야기까지가 일반적인 구도의 엔딩이라면, 그 후의 내용은 좀 더 신랄해질 법 하지 않은가. 현실 속엔 왕자님은 없다. 대신 재벌 2세가 대체한다. 그렇기에 재벌가의 일반인 며느리 입성에 대한 신문기사는 다분히 정치적일 것이며,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현대의 신데렐라는 유산으로 힘들어 하고, 표독스런 시어머니도 ‘물론’ 존재하며, 재벌 2세의 바람기는 척 봐도 눈에 선하다. 오히려 일반적인 것보다도 더욱 힘든 현실이 신데렐라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길을 잃은 앨리스에겐 토끼가 있었지만, 신데렐라에겐 생쥐 한 마리조차 없었다.
그 후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르는 법.
어릴 적엔 신데렐라, 백설공주 동화의 마무리에 괜스레 마음 흐뭇해하며 잠들곤 했다.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 왕자님인데다가 한눈에 서로 반했으니 당연한 이치지. 영원히 행복할 거야. 머리가 굵어지고 보니 세상에 이런 거짓말이 어디 있던가. 밤새 사랑을 속삭이던 핸드폰 문자는 매일 밤 진창 퍼마시는 술병만 늘리는 속 아픈 안주일 뿐이고, 사랑은 온통 거짓말인데다 더 이상 사랑은 않겠다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주구장창 슬픔을 늘어놓기도 하는 게 현대인의 사랑과 이별이다. 그저 사랑을 했음에도 이별에 이렇게 아플 진데, 결혼을 하고 모진 삶을 살아야 하는 신데렐라 ‘반유은’은 얼마나 힘이 들까? 그런데 바로 여기서 스토리는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예상치 못한 관계가 독자의 허를 찌른다. 위에서 이야기 했던 통속적인 룰이 박살난다. 이른 바 ‘룰’을 부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든 느끼는 감정의 미묘한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를 잘 잡아내어 우묵하게 잘 익혀 때로는 차갑고도 따뜻한 문체로 풀어낸 글. 그래서 생각보다 이 글은 더욱 이채롭다.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읽는 내내 결말이 어떨지 참으로도 궁금해진다. 과연 신데렐라는 이 난관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리고 엉망이 돼버린 현실 속 신데렐라는 자신의 진실 된 마지막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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