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본] 너에게 간다 [전2권/완결]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너에게선 풀 향기가 나.
사랑, 이라는 감정이 심장을 움켜쥐고 있다면 당신의 모든 감각은 사랑을 하고 있는 이에게로 넘어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제외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을 느낄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당신의 공간은 그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그 공간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보고만 있어도 그 사람에게서 풀 향기가 난다든가 하는, 그런 일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하는, 민규가 있다. 윤석을 만날 때마다 민규는 풍겨오는 풀 향기에 취한다. 그 향기에 웃고, 윤석이 웃으면 웃고, 윤석의 한마디에 웃고, 윤석을 보기만 해도 웃는 민규의 공간은 오로지 윤석만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성별이 같다는 이유로 이 세상이라는 공간에서 민규의 사랑은 갈 곳을 잃게 된다. 미아처럼 윤석의 주변을 떠돌기만 하는 민규의 사랑은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한다.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고 또 다시 쓰고, 그렇게 지우고 지워도 남아있는 너의 흔적.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라 일컫는 ‘사회의 통념’을 거스르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7년째 담아두었던 사랑을 감추기 또한 힘든 것 아닌가. 우정이라는 이름이 사랑으로 변하게 되는 순간, 이 소설은 더욱 아프고, 애틋해진다. 우정이어야만 하는 사랑이 밉고, 사랑이었으면 하는 우정은 견디기 힘들다.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고 또 다시 쓰고, 지워도 지워도 남아 있는 흔적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윤석을 보면 가슴이 뛰고야 마는 민규의 사랑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의 사랑이 더욱 안타까웠던 이유는 정말 풀 향기가 나는 것만 같은 작가의 문장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담담하지만 고스란히 민규의 감정을 풀어내는 문장 속에서 어느새 독자는 민규의 아픔을 같이 나누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라는 가요의 노랫말처럼 항상 윤석의 곁에 있던 민규.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됐지만 그 한 걸음이 죽기보다 힘들었던 민규는 윤석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윤석에게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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