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뛰어넘은)여성과학자들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도전한 여성과학자들의 이야기
여성과학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어떠한 격려나 지원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는 친구와 가족들로부터도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여성교육을 위한 투자는 낭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여성이 많이 배우면 건강에 해롭다는 사고까지 팽배할 정도였다. 또한 그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실험실 출입을 금지 당했고, 대학에서는 뒷문으로 다니며 일반 화장실 출입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리고 일상적인 차별과 편견을 무릅쓰고 과학교육을 받았더라도 직업을 얻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이 사막의 수도자처럼 자신들이 바라는 과학의 길을 걸었다.
이 책은 모든 난관을 헤치고 중요한 발견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과학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여성과학자 50명의 이야기이다.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수상했던 마리 퀴리, 인류의 환경 역사를 바꾼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 야생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 1983년 ‘튀는 유전자’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바라 매클린톡, 아프리카 마운틴고릴라의 천사 다이안 포시, 핵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아주 의미 있는 ‘첫 작업’을 이룩한, 그야말로 개척자들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피땀 어린 노력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대한 발견의 과학사에서 그들의 이름이 부당하게 지워져버린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은 여성과학자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각각의 여성과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과학적 이론, 그들이 부딪혔던 남녀차별과 인종적 갈등, 그리고 인생철학 등을 담고 있다. 천문학과 입자물리학, 그리고 식물학과 신경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낸 이 여성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과 미국 등 거의 전 세계에 걸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또한 이 책에서는 고대에서 이성의 시대까지의 여성과학자들의 과학사와 여성 의사들의 유산, 여성 수학자들, 그리고 여성 발명가와 공학자들의 역사적 성과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여성과학자들이 과학에 이바지한 업적과 눈부신 결과만이 아니라 각자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인생역정을 통해 더욱 잔잔한 감동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상의 편견에 맞서다
방사면역검정법으로 197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절린 얠로의 연구실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두 배는 더 잘 해야 기껏 남성의 반 정도는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다행히도 이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얠로는 유대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과학계에 종사하기 위해 교육과 직업에서 엄청난 차별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더 큰 문제는 바로 결혼과 출산이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얠로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불과 1800년대까지도 대학은 여성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았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여성교육은 돈과 시간의 낭비로 간주되었고, 심지어 많이 배우는 것은 여성의 건강에도 해롭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럼에도 여성과학자들은 남성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과학계에 도전했다. 여성의 화학연구소 출입을 허락하지 않아 사람들의 출입이 별로 없는 지하실에서 방사선 실험을 해야 했던 핵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고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게 노벨상을 도둑맞았던 X-선 결정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 흑인으로서 인종차별을 극복한 세포생물학자 주얼 플러머 콥, ‘인간이 되기 전의 여성의 모습’이라는 글로 자신이 겪은 고통의 시간을 설명하면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끈질기게 설득했던 생리학자 아이다 헨리에타 하이드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과학자들은 끝없는 외로움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과학자로서의 신념을 끝까지 지킴으로써 숱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룩한 성과는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상의 빛이 되고 있다.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과학을 만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나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오직 열정으로 가득 찬 호기심만 갖고 있을 뿐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호기심은 과학자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대로 된 공식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옥스퍼드와 예일 같은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메리 리키 또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바로 호기심이다.”라고 말했다. 고향 마을 바닷가에서 화석조개를 주워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으로 판매하다가 화석조개에 대한 호기심으로 1800년대 최고의 화석전문가가 되었던 매리 애닝, 스물두 살에 낯선 곳에서 임신을 한 몸으로 살기 위해 가정부를 하다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윌리어미나 플레밍,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지만 야생 침팬지 연구에 전력을 쏟아 케임브리지대학으로부터 박사학위를 받은 제인 구달,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최초의 환경과학자 엘렌 리처즈, 배운 것이 별로 없는 직물공장 기술자에 불과했지만 꿈을 버리지 않고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가 된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등 이 책에서 만나는 여성과학자들의 호기심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살아생전에 마땅한 명예나 상이 주어지지 않았을지라도 그들은 인류와 세상을 위해 열정을 쏟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결국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이었기에 아름다운 여성과학자들의 삶
여성과학자들의 이력과 국적은 실로 다양하다. 그들은 사회의 특별한 계층 출신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각계각층의 여성들이었다. 그 가운데는 유전학자 바바라 매클린톡처럼 평생 독신으로 지낸 여성이 있는가 하면 결혼해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간 여성들도 있다. 또 플로렌스 베일리나 레이첼 카슨처럼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사회활동과는 담을 쌓은 채 연구에만 매달린 사람들도 있다. 과부도 있었고 고아도 있었으며, 연구에 매달리면서도 엄마 노릇을 훌륭하게 수행한 사람들도 많다. 또 수학자 소냐 코발레프스키처럼 학문을 위해 원치 않는 위장결혼을 한 여성도 있었고, 결혼은 했지만 자식을 낳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밀렵꾼들에게 살해된 동물학자 다이안 포시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과학자들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크고 작은 도전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시련 앞에 좌절하지 않았다. 세상을 탓하며 자신의 꿈을 접는 대신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엮어 나갔다. 불굴의 의지로 한평생을 살다 간 그들의 삶은 오늘날 젊은 여성과학자들이나 과학을 지망하려는 여성들에게 모범적인 역할모델을 제공한다. 그리고 오늘날도 여전히 남아 있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단순히 신화적인 것일 뿐 결코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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