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늑대
1. 앞표지
늑대요? 늑대가 얼마나 순정적인 줄 알아요? 늑대는 일생에 단 한 마리의 암컷만 상대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마구 달려들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제 난 재경 씨만 바라보며 살 거니까 늑대 한 마리 잘 키워보십시오. 혹시 압니까? 애완용 늑대가 되어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면서 말도 잘 들을지.
2. 뒷표지
“급하게 쓸 데가 있는데 이자 쳐서 갚아줄 테니까 돈 있으면 좀 빌려주라.”
“오빠!”
“응? 진짜 되게 급해.”
“아니…….”
그제야 문자 확인을 하고 바로 나가지 못한 후회가 여자에게 밀려들었다.
“한 삼천만 원. 더 있으면 좋고. 없으면 있는 대로.”
“남자가 여자한테 무슨 돈을 빌려달라고 하냐? 그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아, 정말 깬다, 깨!”
“급해서. 얼마 가능해? 저기… 다시 사줄 테니까 내가 사준 저 가방 팔자. 일단 저거 팔면 얼마 가능할까?”
“왜 이래, 오빠! 그렇게 급하면 오빠 차를 팔면 될 거 아니야? 줬다 뺏어가는 게 어디 있어? 저 백은 절대 안 돼!”
“그 차, 내 차 아니야. 회사 차야. 못 팔아. 그냥 저 가방 팔자. 내가 또 사준다니까.”
“오빠 이것밖에 안 되는 남자였어? 흥! 정말 실망이야!”
돈 얘기만 꺼내는 준원을 무섭게 째려보던 여자는 명품 백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결국 백을 집어 들고 룸을 나가 버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확인한 준원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준원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문자를 찍어 보냈다.
-GAME OVER!!
발췌글
“억지로 나온 건가요? 마음에 두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데 집안에서 나가라는 자리라 억지로 나왔어요?”
‘여자에게는 절대 화를 내지 말고 얼굴 찡그리지 말자’라는 모토를 가진 준원의 미간에 주름이 갔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낸 그의 목소리는 격양되었다.
“네.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가 있습니다. 이미 결혼까지 했습니다.”
“풉!”
준원이 마시던 커피를 뿜어댔다. 머리가 어질어질, 심장이 덜컹덜컹한다.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준원에 비해 선 자리에서 폭탄선원을 한 재경은 오히려 평온하다.
양심적이라 해야 하나? 억지로 나왔으면서도 가식의 모습으로 결혼으로 까지 일을 몰아가지 않는 것만으로 앞에 앉은 여자는 적어도 양심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혼까지 했으면서 이 자리에 나온 여자나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자리에 내보낸 여자의 부모에게 화가 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준원은 재킷의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버지, 심재경 씨라는 이분! 지금 제가 선보는 분이 결혼을 했다고 하네요. 더는 제가 앉아 있지 않아도 되겠지요? …본인이 직접 그랬습니다, 결혼했다고. 이제는 절대 선 얘기 꺼내지 마세요.”
지석에게 흥분된 자신의 감정을 보이며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데 기가 막힌 말이 들려왔다.
“오늘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휴대폰 안 가지고 오셨나 봅니다?”
덜컹덜컹했던 준원의 심장이 아예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호흡조차 곤란할 지경이다. 그러니 말은 더욱 나올 리 없고 그저 놀란 눈으로 재경을 넋 나간 사람처럼 바라만 보았다.
“문아출판 심 사장님의 따님인 심재경 씨가 맞습니까?”
준원이 겨우 물을 수 있는 건 그녀의 신분확인을 위한 질문뿐이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저의 신분을 속이지 않습니다. 성우자동차 상무님인 박준원 씨가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위장을 하고 다니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박준원 씨처럼 자신을 속이고 다닌다고 생각하십니까?”
폭탄을 집어 던져 머리의 뇌 회로를 막아 사고라는 것을 못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박격포와 기관총으로 자신에게 무차별 공격을 하는 느낌이다.
“저를 도대체 어디서…….”
준원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번엔 재경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는 그녀의 표정이 해사해진다. 아무래도 결혼을 했다는 상대인가 싶은 준원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네, 아빠. …맞아요, 결혼했다고 했어요. 제가 늘 그러잖아요. 난 꽃을 사랑하고 꽃하고 결혼했다고. 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박준원 씨께서 제 얘기는 끝까지 듣지도 않으시고 결혼했다는 말만 듣고는 바로 전화부터 하셨어요. …집에서 말씀드릴게요. …네, 집에서 봬요.”
역시나 재경의 표정은 여유가 넘쳐흐른다. 행동 역시 표정만큼 여유로워 가방 안으로 휴대폰을 넣은 행동도 급하지 않다.
“그러게 왜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일부터 벌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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