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아래 서면
모종의 사건으로 삶을 등졌던 이들을 유닛을 통해 되살리는 유닛 엔지니어 지훈은 연달아 찾아오는 불쾌한 의뢰에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족들의 의지로 계속해서 되살아나는 여자부터, 대의를 위한답시고 자신의 목숨을 쉽게 여기는 남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어린 아들의 안위보다는 교육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들까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넘어가기에는 어쩐지 찜찜한 구석이 많다. 그런 와중에 기억을 보관하는 저장소가 말썽을 일으키고, 지훈은 돌이키고 싶지 않았던 과거와 다시 마주하며 회의의 진창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진창 속에서 힘겹게 한 걸음씩 내딛던 그에게 과거의 파편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자 지훈은 불쾌하지만 익숙했던 기존의 삶과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삶 사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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