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머와 페이소스로 버무린 영국 산문의 맛!
영국 수필가 찰스 램의 수필집에서 일상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15편의 산문을 가려 뽑은 책이다. 찰스 램은 여러모로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어려서 천연두를 앓아 고생했고, 말더듬이로 고통을 받았으며, 이따금 발작하는 정신착란으로 좌절의 늪에 빠지곤 했다. 또 누나 메리 램이 발작 상태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일이 있고 나서는 누나의 보호자로서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사랑에도 실패해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하지만 비극적인 삶과 달리 그의 글에는 우울한 서정이 없다. 그보다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작가정신에서 발현된 유머가 흐른다. 이를테면 〈돼지구이를 논함〉은 돼지고기를 구워 먹게 된 역사적 상상력에 절로 미소가 흐른다. 〈기혼자들의 행동에 대한 독신자의 불만〉 같은 글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불만이 실소를 머금게 한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독신자, 거지, 굴뚝 청소부, 환자, 은퇴자, 아이들, 여성과 같은 약자에 머물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유머와 페이소스의 합주’라는 말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 맛에 고전적 깊이(작가는 산문 속에서 영국의 고전작가나 고전작품의 주인공과의 대화를 서슴지 않는다.)가 더해져 묵직한 클래식 에세이로 다가온다. 이런 글쓰기야말로 비극적인 삶을 산 찰스 램에게 치유의 방편이지 않았을까. 그가 써내려간 치유의 글쓰기는 오늘날까지도 우아한 품격을 지닌 영국 산문문학의 좋은 본보기로 자리잡고 있다.
저자소개
찰스 램 Charles Lamb, 1775~1834
영국 런던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빈민아동을 위한 학교인 크라이스트 호스피틀에 입학했지만 가정형편으로 자퇴하고 남양상사에서 근무하다 동인도회사의 회계원으로 취직해 1825년 은퇴할 때까지 근무했다. 회사일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습작을 했는데 이때 평생의 친구 S. T.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를 만났고 다른 시인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1796년 누이인 메리가 심한 정신병 발작을 일으켜 어머니를 살해하고 난 뒤, 램은 자신에게도 병이 유전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평생 독신으로 누이를 돌보며 살았다. 1796년 콜리지가 낸 시집에 4편의 소네트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누이와 함께 어린이를 위한 《셰익스피어 이야기들》, 《율리시즈의 모험》 등을 출간했다. 1820년부터 ‘엘리아’라는 필명으로 월간지 〈런던 매거진〉에 에세이를 기고했는데, 이것들을 모아 1823년 《엘리아의 수필》, 1833년 《마지막 엘리아의 수필》을 펴냈고 수필가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35년에는 《찰스 램 서간집》을 펴냈다. 평생 정신병으로 고통받았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머와 페이소스를 섞어 우아한 문체로 써내려간 그의 글은 영국 산문문학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역자 : 송은주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런던대 SOAS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이후 인문과학원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글로컬 문화전략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2018년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을 받아 인문학 대중화 사업의 일환으로 ‘인간 이후의 인간 : SF로 읽는 포스트휴먼’ 강좌를 진행했다. 옮긴 책으로 《클라우드 아틀라스》, 《블랙스완그린》, 《피렌체의 여마법사》, 《광대 샬리마르》, 《순수의 시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등이 있다. 《선셋 파크》로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