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스며든 자리, 일상을 노래하다
새벽은 고요한 물결처럼 찾아온다.
여명 전의 적막 속에서, 각자의 방에서 같은 페이지를 넘기는 우리들은 어쩌면 도시의 마지막 등대지기일지도 모른다.
여명이 찾아오기 전의 새벽은 하루 중 가장 순수한 시간이다.
아직 어떤 판단도, 어떤 선입견도 끼어들지 않은 백지와도 같은 순간. 그 시간에 우리는 책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독서는 존재의 켜를 한 겹씩 벗겨내는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매일 아침 책 한 권의 무게만큼 우리는 조금씩 달라진다. 마치 물방울 하나가 바위에 흔적을 남기듯, 문장은 우리의 일상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새긴다.
우리가 선택한 이 시간은 어쩌면 하루 중 가장 이기적인 순간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그 누구도 우리에게 이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선택한, 자신만을 위한 사치스러운 고독. 하지만 이 고독한 시간이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지속의 힘은 때로는 혁명보다 강하다. 거창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어둠을 깨우는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을 다시 쓴다. 변화란 그런 것이다. 갑작스러운 벼락처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새벽이슬처럼 소리 없이 맺히는 것.
용기는 거창한 순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차가운 새벽,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나와 책상 앞에 앉는 그 순간에도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는 다시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 삶을 버티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렇게 새벽을 함께 읽어온 사람들, '아레테'의 두 번째 이야기다. 책이 스며들어 남긴 흔적과 일상의 미세한 색채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깨달음이 만들어낸 하모니다. 이 고요한 노래가 누군가에게 닿아 또 다른 새벽을 시작할 용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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