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긴 사내
「갈 서장,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 아시오?」 「아, 예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그저 여편네 하나 잘못 얻은 탓이라고 널리 양해해 주십시오.」 「그래서 얘긴데, 출장 가서 며칠 자리를 비우고 오늘 출근해 보니 갈 서장 소장이 내 앞으로 날아와 있구려.」 「이거 참, 그렇다면 더욱 면목 없습니다. 저는 그저 소문 얘긴줄로만 알았지요.」 「거참, 소문에 들으니, 현장에서 부인을 낚아채 왔다던데, 그길로 다리몽당이를 분질러 놓든지, 머리를 깎아 들어앉혀 놓든지 해서 일을 수습할 것이지, 그래 서장이나 되어 가지고 고소를 하다니, 삼척 동자도 웃을 일 아니오, 이거?」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천천히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다급한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배 검사요? 나요. 서장이요. 내 아내가 구치소 안에서 혀를 깨물고 죽었어요.」 그 순간 내 눈앞은 갑자기 언젠가 꿈속처럼 어두워지고, 그 어둠 속을 손목이 몽당 잘린 손 두 개가 피를 흘리며 배회하는 것이 보였다. 식은땀이 내 몸의 음지(陰地)마다 진득이 괴기 시작했다. - 본문 중에서
번호 | 별점 | 한줄평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수 |
---|---|---|---|---|---|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