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 돛
어느 날 부장은 그더러 편집국장에게 가보라고 했다. 그가 무표정하게 자리를 뜬 뒤에, 이경숙이 자라처럼 목을 움츠러뜨리고 짧게 내뱉었다."드디어 모씨께서도 낚싯밥에 걸려 들었군."우리는 일시에 목소리를 포개어 키득거렸다. 우리의 음흉하고 자조적인 웃음은, 물론 그녀가 함명훈이라는 버젓한 이름을 두고도 <모씨>라는 익명으로 그를 지칭한 익살 때문이 아니었다. 부장을 포함해서 우리 문화부 부원 모두를 한 줄에 엮은 그 웃음의 띠가 의미하는 것은 일종의 공범 의식이었다.잠시 후, 다소 창백해졌을 뿐, 평소나 다름없이 멀뚱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앉은 그에게 부장이 능청스럽게 물었다."무슨 일로 부릅디까?""김진수 씨의 <해외명작현지순례> 사진이 나쁘다더군요."그녀는 새의 부리처럼 뾰족한 북한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부장이 찾아갈 것 같더군."앉자마자 내가 대뜸 말했다."그렇다고 질질 끌려올 사람예요? 어림도 없어요."그녀는 완강하게 고개를 젓기까지 했다. 거기엔 그러기를 바라는 그녀의 뜻도 실리어 있는 듯했다. 나는 비죽이 웃었다. 나 역시 그런 바람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집에 없을지도 모르지.""그래요, 벌써 어디론가 떠났을지도 몰라요."-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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