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
「그래, 저게 우리 집이야. 저 속엔 아빠 방, 순미 방, 할머니 방 다 있어. 그런데 순미 방엔 뭐가 있으면 좋을까?」「인형.」「그리구?」「그리구…… 귤.」「또?」「또…… 호빵.」「호빵 다음엔?」「다음엔? 다음엔…… 몰라, 없어. 아빠 방엔 뭐가 있으면 좋아?」「아빠 방엔 책이 있으면 좋겠어. 이쪽 벽에도, 저쪽 벽에도, 그리고 또 요쪽 벽에도 천장까지 책이 꽉차서, 창 밖을 내다보려면 다 읽은 책들을 한 권씩 바깥으로 버려서 구멍을 뚫어야 될 정도야.」「아유, 그거 다 읽으면 대통령 돼?」「아니, 아빠는 그냥 그렇게 읽기만 하는 게 제일 좋아.」그때 레지가 와서 둘의 앞에다 요구르트 한 잔을 퉁명스럽게 내려놓고 돌아선다. 사내는 딸의 앞으로 잔을 밀어 놓아 준다.「순미 요구르트 좋아하지? 어서 먹어.」「아빠는?」「아빠는 담배가 더 좋아.」-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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