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타인을 억누르는 가공 권력과의 힘든 싸움을 사실적 문장으로 그려낸 카프카적인 사유의 진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원고지 열 매 미만에 불과한 촌철살인적 언어로 작가는 가상과 실상의 양면 세계에 관한 우의 가득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세계문학을 대표하는 천재작가 카프카의 개성 짙은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가 쓴 아흔아홉 편의 울림이 깊은 소설들, 어떤 단락이든 눈길 닿는 작품마다 기지, 통찰, 역설, 풍자, 환상으로 가득한 드높은 상상력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책은 작품성향에 따라 여섯 단락으로 나뉜다. 1부는 황새 같은 새 변신 등 동물들에의 비유로 풀어낸 우의적인 작품들, 2부는 칼다 기차의 추억을 비롯한 여행자의 불안과 소외를 다룬 작품들, 3부는 세상 상인들에게 비친 물질의 허구성을 다른 작품들, 4부는 익히 알려진 법 앞에서를 비롯한 공동체적 사회를 소재로 한 작품들, 5부는 관찰자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본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비유한 작품들, 6부는 논리적 사고로 설명하기 어려운 군중과 예술가의 심리묘사를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저자소개
유대계 독일 작가.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소설가이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20세기 세상 속의 불안과 소외를 폭넓게 암시하는 매혹적인 상징주의를 이룩했다는 평을 받는다.
프란츠 카프카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프라하의 독일어를 쓰는 중간계급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수성가한 상인으로 기골이 크고 독선적이었던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했다. 현실적이고 빈틈없는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의 모습이 몽상가에 불과했으며, 어린 카프카의 눈에 아버지는 지독한 일벌레에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사업의 성공에만 몰입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신분상승을 위해 어머니조차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는 줄곧 남의 손에 의해 키워졌고, 그의 나이 두 살 때, 그리고 네 살 때 동생인 게오르크와 하인리히가 태어났지만 곧 죽고 마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그의 나이 여섯 살 때인 1889년 여동생 엘리가, 또 1년 뒤에는 발리가, 그리고 그 2년 뒤에는 오틀라가 태어나지만, 이 세 자매 역시 제2차 세계 대전의 광기에 희생당하고 만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동생들의 잇단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는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의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상인의 기질이 보이지 않자 독일계 인문 중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 이곳에서 카프카는 '루돌프 일로비, 시오니스트 후고 베르크만, 에발트 펠릭스 프리브람, 오스카 폴락 등 평생을 두고 교유하는 몇 명의 중요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1901년 프라하의 카를 페르디난트 대학에 진학한 카프카는 주로 문학과 예술사 강의에 흥미를 보였으나,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1906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법원에서 1년간의 수습 기간을 마친 뒤 일반 보험 회사에 입사한다. 1908년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죽기 2년 전인 1922년까지 그곳에서 법률고문으로 근무하는 한편, 오후 2시에 퇴근하여 밤늦도록 글을 썼다.
이 무렵 유럽의 노동 환경은 무척 열악했다. 카프카는 공무 출장과 노동자들과의 접촉 등 이곳에서의 업무를 통해 관료기구의 무자비성,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와 이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내면을 속속들이 꿰뚫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카프카가 자신의 작품에서 개인의 소외와 무력감에 대해 보여주는 깊은 통찰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19년 각혈을 했으나 의사의 진찰을 거부하다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요양소와 여동생들의 집을 전전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한 도라 디만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비로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삶의 애착과 행복을 경험한다. 도라는 그의 곁을 밤낮으로 지키며 간호했지만 1924년, 병약하고 내향적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출세,결혼 등의 중압감에 쫓기며 글을 쓰다가 폐결핵에 영양부족까지 겹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카프카는 평생 불행하게 지냈다.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인에게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유대인들로부터는 시온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다. 생전에 카프카는 출판업자들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렸으며, 발표된 작품들도 대중의 몰이해 속에 거의 팔리지도 않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보낸 유서에서 자신의 모든 글을 불태워줄 것을 부탁했을 만큼 쓰는 것 외의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타계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1912년에 『실종자』(후에 『아메리카』로 개제), 『변신』을 쓰기 시작했고, 1914년에는 『유형지에서』와 『심판』 집필에 들어갔다. 1916년에는 단편집 『시골 의사』를 탈고했다. 1917년에 폐결핵이 발병하여 여러 곳으로 정양을 다니게 되고, 1922년에 『성』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결국 폐결핵으로 1924년에 빈 교외의 키어링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변신』 외에 대표작으로 『심판』 『성城』 『실종자』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 등 다수가 있다.
목차
1부 유순한 동물들
재칼과 아라비아인 / 황새 같은 새 / 혼혈/독수리 / 초록빛 용 / 뱀 주술사 / 짧은 우화 / 유대인 교회당의 동물 / 학술원에의 보고 / 짧은 우화 2 / 엘버펠트의 말들 / 변신
2부 여행자의 하룻밤
칼다 기차의 추억 / 사냥꾼 그라쿠스 / 황제의 전갈 / 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망 / 여행자 예찬 / 귀로 / 갑작스러운 산책 / 길 위의 아이들 / 항해사 / 늙은 거지 / 이웃 마을 / 로빈슨 / 파발꾼들 / 사이렌의 침묵 / 정체가 드러난 사기꾼 / 산으로의 소풍 / 지나쳐서 뛰어가는 사람들 / 승객 / 거절 / 시골의사 / 광산 방문 / 꿈 / 에른스트 리만 단편 / 다리 / 산초 판자에 대한 진실 / 출발 / 가시덤불 숲 / 귀향
3부 세상의 상인들
양동이를 탄 남자 / 이웃 / 상인 / 포세이돈 / 상인 메스너 / 일상의 당혹 / 공고해지기
4부 법과 공동체
법 앞에서 / 변호인 / 농장의 문을 두드리고 / 징집 / 황실의 대령 / 영웅들의 출옥 / 신입 변호사 / 어떤 형제 살해 / 게임 규칙 / 감방 동료 / 코멘트 / 중재자 / 사슬 / 사원의 건축 / 도시의 문장 / 공동체 / 거부 / 레슬러 / 시험
5부 일상의 근심
열한 명의 아들 / 가장의 근심 / 다락방에서 / 오래된 종이 한 장 / 성벽 공사 소식 / 커다란 소음 / 빵 / 의심 / 골목길 창문 / 독신남의 불행 / 밤중에 / 왕의 말 / 결심들 / 불행한 존재 / 천사 / 프로메테우스 / 비유들에 대해서 / 멍하니 밖을 내다보기 / 나무들 / 둘로 나뉜 / 옷 / 이사벨라 / 팽이 / 두 친구 / 끈기 놀이
6부 관객의 열망
관람석에서 / 남자 기수에 대한 고찰 / 특별석에서 / 단식예술가―네 가지 이야기들, 첫 번째 괴로움 / 작은 여자 / 단식 예술가 / 여가수 요세피네 아니면 생쥐 무리
옮긴이의 말 / 간추린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