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베를린
『랩소디 인 베를린』은 우리가 방관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음악예술과 시공을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변주한다. 18세기 말 독일 바이마르와 평양, 그리고 21세기 독일 베를린, 일본, 한국을 잇는 거대한 배경 안에서, 작가는 자유로운 예술혼과 인간애,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소설에서도 소외되었던 디아스포라, 즉 국외자들의 존재 의미와 아픔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간결하고 정제된 언어로 해부하며 독자의 미의식과 양심을 동시에 두드리고 있다.
저자는 바흐의 오르간 곡을 즐겨 듣다가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파이프오르간이 연주되는 동안 그 거대한 악기 뒤에서 바람을 넣는 이들이 얼마나 고생스러울지 헤아리다가, 임진왜란 때 나가사키에서 중부독일로 팔려 간 조선인 악공의 후손인 풀무꾼 캐릭터를 떠올린 것이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연상시키는 유명 음악가 ‘아이블링거’에게 발탁되어 신분이 해방되고 그와 경쟁하며 대등한 음악가로 성장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인 ‘힌터마이어’. 작가의 상상력은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라난, 언어도 외양도 모두 독일인인 힌터마이어의 핏줄 깊이 흐르는 조선인의 피에 가닿는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가 자유로운 형식 속에 변주되는 광시곡, 즉 랩소디가 되어 역사와 음악, 민족과 사랑 속에 울려 퍼진다. 이 작품은 결국 아버지와 국가와 민족과 혈통이란 오늘의 우리에게, 그리고 방치된 한국인 디아스포라들의 아픔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되짚는 이야기이다. 변방의 역사와 낮은 곳에서 숨죽이며 떠돌던 개인의 삶이 모여 울려 퍼지는 거대한 광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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