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괴수 블랙홀
블랙홀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는 조금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게임을 할 때 자주 벌칙에 걸리는 사람을 블랙홀이라 부르지 않는가. 블랙홀은 모든 물질을 다 삼켜 버리는 아무 무서운 천체로 알려졌다. 블랙홀이란 용어 역시 검은 구멍이라는 의미로 어느 것도 빠져 나오지 못해 검게 보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됐다. 출퇴근 한뼘지식 19번째 주제는 블랙홀이다. 당신은 이 블랙홀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주의 괴수, 블랙홀』은 블랙홀의 존재 이유, 거대한 몸집의 형성 과정 등 의문점을 제시하고 2개의 파트에 걸쳐 접근하고 있다. 어느 교양서에 못지않을 만큼 쉽게 그리고 자세하게 풀어낸 설명과 함께 화려한 그래픽과 우주 사진은 낯선 우주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블랙홀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 등 여러 과학자의 블랙홀을 연구하는 과정을 다뤘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블랙홀이 자신의 몸집을 키워 가는 과정에 관해 서술했다. 태양 크기의 100배를 뛰어넘는 블랙홀이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블랙홀이 우주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마무리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여운을 남긴다.
인간이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을 밟을 날이 올까? 마지막에 다룬 섹션 블랙홀을 연료 삼아 우주 여행한다는 우주여행의 걸림돌이 되는 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랙홀을 이용한다는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를 여행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는 우주여행에 관한 과학적 설명과 더불어 먼 미래를 예측하는 재미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미리보기]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는 천체인 블랙홀. 우리은하에만 태양 질량의 수~수십 배에 이르는 블랙홀이 수천 개 존재한다. 별의 입장에서 보면 한 번 빠지면 끝인 함정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은하 중심에는 이런 블랙홀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무거운 거대한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추정 질량은 태양의 460만 배. 별이 이 괴물에 다가갔다가는 갈기갈기 찢겨 삼켜진다. 그런데 이런 괴물이 대다수 은하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 이름은 거대질량 블랙홀. 우리은하의 이웃인 안드로메다은하의 중심에도 태양 질량의 1억 배인 블랙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지구에서 3억 2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은하(NGC 3842)에는 태양 질량의 무려 100억 배인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거대질량 블랙홀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이들은 어떻게 이런 거대한 덩치를 키웠을까. 이런 의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최근 천문학자들은 이에 대해 하나 둘 답을 하기 시작했다.
“천문학자들은 뜻밖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은하 중심에는 태양보다 100만 배나 무거운 블랙홀이 있다(아마도).”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인 킵 손 교수(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캘텍)는 1994년 펴낸 책 『블랙홀과 시간굴절』 9장을 위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9장의 제목은 ‘뜻밖의 발견’으로 거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로 추정되는 천체를 발견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거대질량 블랙홀은 말 그대로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큰 블랙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블랙홀, 즉 태양보다 수십 배 무거운 별이 초신성폭발을 하고 남은 천체도 태양보다 수 배 더 무겁다. 이들은 별과 비교할 만하다고 해서 ‘별 질량 블랙홀(stella mass black hole)’이라고 불린다.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별 질량 블랙홀도 거대질량의 천체인 셈이다. 그런데 거대질량 블랙홀은 별 질량 블랙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거구다. 태양 질량의 100만 배에서 100억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친숙한 별 질량 블랙홀의 개념은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듬해 독일의 천문학자인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에게 보낸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이용해 별의 외부와 내부의 시공간 곡률을 계산했는데 그 결과 이상한 결론이 나왔다. 즉 태양 질량의 별이 수축해 반지름이 3km에 이르는 순간 중력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서 표면에서 시간은 무한대로 길어지고 빛은 탈출할 수 없다는 것. 이 지점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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