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집 - 그러나 여전히 가끔은 울 것 같은 마음으로
집이라는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 62번째 이야기는 ‘집’이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를 담는 아무튼 시리즈에 집만큼 잘 어울리는 주제가 있을까. 누구나 주어진 집에서 자라면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간다. 또 어느 때부터는 집이라 부르는 장소, 공간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물론 집을 ‘생각만 해도 좋은’ 곳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작가 자신도 \'결핍이었다가, 갈망이었다가, 절망이었다가, 포기였다가, 기쁨이었다가, 집착이었다가, 감사였다가, 사랑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사랑이라는 종착점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그 사이를 오가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집이란 안온하고 안전하고 애틋한 대상이면서 때로는 벗어나고 싶고, 원망하고, 걱정의 원천이 되는 곳이다. 그렇기에 나의 집에 대해 말하기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 역시 ‘아무튼, 나의 집’을 쓴다는 마음으로, 집에 얽힌 역사와 생각을 조심스럽게 책에 담았다.
\'괜찮아질 거라고 마냥 낙관할 수도, 될 대로 돼라 체념할 수도 없는 때. 그때마다 나는 집을 떠올렸다. 여전한 표정으로 나를 품어주는 익숙한 공간을.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낸 시간을. 집에서 환대받았던 힘으로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소망할 수 있었다. 집에 단단히 뿌리내릴수록 나는 삶의 더 멀리까지 안전히 갈 수 있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로 건너가서 가끔 타인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게 되었다.\'
누구나의 역사는 집에 깃들어 있다
꼭대기집이라 부르는 서울의 거처와 수풀집이라 부르는 왕복 400킬로미터 거리 시골집을 오가는 지금의 5도2촌 생활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네 가족이 살던 집, 할머니 손에서 자란 집,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 룸메이트와 함께 산 수도권의 원룸, 조금 더 서울 복판으로 진입한 투룸까지. 달리 말하면 임대주택, 월세, 전세, 자가에 이르기까지.
구성원과 주소지, 소유 관계가 바뀌는 만큼 작가의 삶 또한 다채롭게 변화한다. 어린이였다가 학생이었다가 취준생이었다가 직장인이었다가 이제는 프리랜서로. 그때그때의 눈으로 담아두었던 풍경과 이제 다시 회고한 모습은 포개지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한다. 자기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기에 집은 가장 알맞은 대상이다. 내가 살아온 집들을 헤아려보고, 집에서의 나를 떠올리는 것. 가장 구체적인 저마다의 특별한 대상이면서 또 가장 보편적인 역사의 궤적을 따르는 곳이기에 작가가 조심스레 꺼내놓은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위에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들이 자연스레 포개어진다.
\'사무용 책상에 하늘색 시트지를 붙여 만들었던 나의 첫 책상, 해바라기꽃이 피고 지던 대문 옆 담장, 원룸 창틀에서 조각 햇빛을 먹고 자라던 상추 모종들, 몸을 담그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던 접이식 반신욕조, 소망이의 숙면 공간이었던 복층 다락-. 내가 사랑했던 그 한구석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나는 과거의 집, 현재의 집, 미래의 집을 포개어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없이 선명하게 떠오른 얼굴들
아이고, 평생 말 안 듣는 애새끼들만 쎄빠지게 키우다 늙어 디지것네’를 연발하면서도 어린 두 남매를 어엿하게 성장시키고 떠난 할머니, 우울 유전자를 남긴 것은 아닌가 싶게 원망스러웠던 아빠, 그런 작가가 울다가도 밥을 짓게 만든 룸메이트, 수풀집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시골생활의 선생님이 된 동네 할머니,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고양이 소망이 그리고 세상과 나를 이어주며 내 집을 돌봐주는 수많은 이들.
집을 떠올린다는 건 자신을 대면하는 일이자, 결국 그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얼굴을 그려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을 \'스스로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곳\'이라 말하면서도 이 책의 모든 글은 모노드라마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겪은 일들로 채워진다.
\'나는 이제 그들을 선명하게 떠올린다. 나의 다정하고 안온한 세계를 소리 없이 지탱하는 사람들을. 나의 집을 집답게 해주는 사람들을.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사람들을.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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