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오만
반전의 제왕! 이야기의 달인!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의 [카인의 오만』이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카인의 오만』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경시청 에이스 형사 이누카이 하야토와 파트너 다카치호 아스카가 아시아에서 급증하는 장기매매의 어둠에 메스를 댄다!
생명의 가치와 무게는 국경을 넘을 때마다 달라지는가?
[카인의 오만』은 [살인마 잭의 고백』, [일곱 색의 독』, [하멜른의 유괴마』, [닥터 데스의 유산』을 잇는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이 작품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매력과 반전의 묘미를 적절히 조합한 것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장기매매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한다.
이야기는 장기가 적출된 소년의 시신이 잡목림에 매장된 채로 발견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수사에 경시청 수사1과 이누카이 형사가 호출된다. ‘모방범인지 아닌지’에서부터 ‘피해 소년은 누구인가’까지 의문은 하나도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수사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데, 이누카이와 콤비로 활동하는 아스카의 기지로 피해자가 중국에서 입국한 빈곤층 소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잇달아 간이 부분 적출된 소년들의 시신이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하는 잔혹한 범죄에 이누카이와 아스카는 몹시 분노해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답게 시치리는 장기이식과 장기매매, 빈곤층 가정 문제와 청소년 문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직업으로서의 형사와 아버지의 입장사이에서 고뇌하는 이누카이다.
특히 [카인의 오만』에 등장하는 돈으로 목숨을 사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장기매매는 불법이지만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의 장기를 쇼핑한다. 가난한 자가 마지막으로 가진 것이라고는 바로 자신의 장기이다. 모든 걸 가졌지만 장기가 망가진 부유한 자들은 모든 걸 잃고 장기만 남은 가난한 자들의 장기를 노린다. 수요 공급의 관점에서 장기매매에 접근하는 것은 언뜻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듯하지만 사실 인간의 존엄과 윤리를 간과하는 것과 같다. 경제의 원리 앞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 해야만 하는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는 장기이식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하는 [살인마 잭의 고백』, 인간의 일곱 가지 악의를 일곱 가지 색으로 표현한 단편 연작 미스터리 [일곱 색의 독』, 자궁경부암백신의 부작용 문제를 그린 [하멜른의 유괴마』, 존엄사에 대해 묻는 [닥터 데스의 유산』, 장기매매를 둘러싼 사회문제에 주목한 [카인의 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의료 문제와 관련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신랄하게 그린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에는 출간된 여섯 번째 이야기 [라스푸틴의 정원』은 무엇을 어떻게 다룰지 기대하며 다섯 번째 이야기인 [카인의 오만』을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사람의 처지를 이용해 억지로 장기를 제공하게 하는 건
의사가 할 짓이 아닙니다. 그냥 범죄자 집단이에요.\'
나카야마 시치리는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로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내는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그는 밝고 유쾌한 음악 미스터리부터 어두운 본격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물, 법의학 미스터리, 경찰 소설, 코지 미스터리까지 다방면의 소재와 장르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내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다양한 분위기와 주제, 장르를 넘나드는데 이는 어느 하나의 분야에서라도 살아남아 작가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가독성이 있고 쉽게 읽힌다. 그는 특히 가독성을 살리기 위해 내용의 사건성과 스토리에 따라 완급을 조정한다고 한다. 가령 ‘!’의 수 등으로 일일이 컨트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미스의 검』에서는 느낌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작품의 주제에 따라 ‘!’과 ‘?’의 개수를 정한다는 것이다. ‘이 주제라면 원고지 한 장당 몇 개로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는 한 달에 한 작품씩 출간하는 엄청난 집필 속도를 자랑하는데, 그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다른 미스터리 작가들과 작품을 쓰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작가들은 원목을 하나하나 조각칼로 깎듯이 작품을 쓴다면, 시치리는 프라모델 형식으로 작업한다. 그러니 어떤 테마에 관한 이야기를 제안을 받으면 이전에 써두었던 설계도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로 가공해 조립하는 것이다. 물론 프라모델이기 때문에 중간에 수정할 필요도 없다. 가히 천재적인 만능 이야기꾼답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작업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소설을 쓸 때는 5백 장이라면 5백 장, 머릿속에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편집자님께 요청받아 3일 동안 구상합니다. 플롯을 2천 자로 정리해 편집자에게 전달할 때는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머릿속에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 후에는 그걸 다운로드만 하면 되는 것이라 편합니다. 그러니 다른 원고를 바꿔 쓰면 기분전환이 되는 겁니다.\'
기분전환조차 다른 원고를 쓰면서 할 정도라고 하니 작품에 대한 그의 집념과 열정은 그 누구 못지않을 것이다.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인 [라스푸틴의 정원』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많이 기대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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