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정치 기쁨의 정치
내가 정치를 하게 되면서 끊임없이 물어 왔던 물음은 왜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느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성경에 따라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는 기도를 매일 드리면서 이 일을 위하여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여 왔다. 그럼 하나님의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이 땅에 임하게 되는가? 오랜 질문이다. 인류의 숙제이다.
그런데 나는 ‘하나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데 있지 아니하고 성령 안에서 의와 화평과 희락에 있다’는 말씀(로마서 14장 17절)을 접하면서 희락의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나라가 기쁨의 나라가 될 수 있는가? 그런 나라에서 하는 정치는 바로 기쁨의 정치일 것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모습은 대체로 밝고 웃음이 있다.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정치인들이 밝고 환한 웃음으로 국민과 접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거나 있더라도 연출되어 어색한 모습이다. 의로운 사람들이 모여 하는 정치는 분명 어둡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정의와 평화라는 정치의 목적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같다 하더라도 그 안에 기쁨이 있느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이 땅은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한 구석 진정으로 기쁨을 느낄 수 없다 할 정도로 도처에 아픔이 있다. 나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고통을 호소하고 아픔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휩싸여 살아왔다.
이러한 분들을 만났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이들과 함께 같은 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어느 분이신지 줄곧 나를 이렇게 이끌어 주신다. 이들을 부둥켜안고 같이 울면서 이들의 아픔을 녹여 내야만 한다. 의원이 되면서 인권포럼을 만들어서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 보려 하였다.
김상철 전 서울시장이 1,000만 인의 서명을 받아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하여 유엔에 간다면서 한 기도회에서 이런 아픔을 함께하는 정치인이 한국에는 없다고 울며 한탄하였을 때 나도 울지 않을 수 없었고 이후 나는 탈북자를 돕는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정치가 왜 밤낮 싸우기만 하느냐고 국민들이 마음 상해 하였을 때 나는 정치를 기쁨의 정치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대학생들이 등록금으로 너무 힘들어 하는 아픔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교과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터라 너무나도 그 아픔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애기 엄마들이 애 키우는 것을 얼마나 어렵고 힘들어 하는지도 지역에서 귀가 아프도록 듣는 이야기였다. 비정규직, 인턴, 내 집 마련문제, 노후대책 다들 힘들어 하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우리의 문제이다. 생애주기별로 각자의 아픔이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잘 살기까지 이 아픔을 다들 참아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요사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에 속하게 되었고 G20 의장국이고 무역 10대 강국이란 이야기를 듣고는 국민들은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아픔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내 삶을 책임져 주는 정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찾아야 하느냐는 울부짖음이었다. 도대체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나의 아픔은 언제 누가 얘기해주느냐는 것이다. 늘 나라 자랑만 하는 한나라당 이제는 좀 비켜나고 내 이야기를 해 줄 새로운 정당이 있으면 그를 뽑고 그도 없으면 무정당이라도, 아니 아무라도 나와서 내 이야기 좀 해달라는 외침이다.
의원들도 아픔은 있다. 당 대표다 원내 대표다 명령을 하는 사람만 있지 진정 독립한 헌법기관으로서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겨주는 지도자는 어디 있느냐는 외침이다. 이제는 헌법기관인 의원을 법률기관인 당 대표와 원내 대표가 좌지우지하는 당 운영은 참을 수 없다는 외침이다.
밤낮 싸우고 싶어 싸우는 줄 아느냐 당론이라고 돌격하라고 밀어대는 당 때문이 아니냐는 이유 있는 항변이다. 당과 국회의 제도의 틀을 바꾸어야지 80% 이상이 초선인 국회에서 의원들만 야단칠 일도 아니다.
이렇게 원내 대표로서의 변화와 쇄신의 방향이 설정되었다. 이 아픔을 어찌 기쁨으로 바꾸어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구현할 수는 없을까? 나의 정치의 시작이요 목표이다. 나를 정치로 이끌어들인 분이 나를 몰아붙여서 이 방향으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시는 힘은 아픔이요 그 열매는 기쁨이다. 그리고 강력한 사랑의 용광로 속에 다 넣어 녹여 내지 않으면 이 일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우리는 그분 자신인 이 용광로의 한 톨의 숯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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