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화
나는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닙니다. 나는 이 두아이의 어미입니다!
임진왜란 말기 전쟁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비참한 생활을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한 조두진 장편소설 『유이화』. 임진왜란 말기 전쟁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서글픈 삶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낯선 땅으로 떠나야 했던 사람들, 돌아오고 싶었지만 돌아올 수 없었던 사람들, 여전히 타향을 떠도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
소설에는 일본 유학의 시조, 이진영의 모델이 된 안철영이 등장한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에 살던 안철영은 열이 펄펄 끓는 네 살배가 아들을 위해 의원을 찾아 나섰다가 왜군과 맞닥뜨리기 일보 직전에 진주성으로 향하는 일행에 끼어 성으로 들어간다. 한편, 의원을 부르러 간 남편을 기다리던 유이화는 사흘 만에 아들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다.
안철영은 진주성에서 한시(漢詩)에 관심이 많은 왜장 아사노 유키나가의 눈에 들어 일본에 있는 그의 아들들에게 학문을 가르쳐달라는 제안을 받고, 일본으로 끌려갔을지도 모르는 아내를 찾을 생각으로 일본행 배에 오른다. 한편, 일본 농가에 농노로 배정되어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유이화는 자신을 겁탈하려는 주인을 피해 달아나던 중 일본 병사 히로시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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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당시의 봉건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 선비 안철영, 대의명분이나 의무감보다는 남편과 자식을 더 소중히 여기며 현재의 삶에 충실한 유이화, 하루하루 배곯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평범한 백성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임금과 대신들을 통해 당시 조선의 상황,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의 모습을 냉철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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