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영국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SF영화 열두 편을 가지고 철학적 주제와 쟁점들을 다루는 ‘SF철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는 철학 책이 꼭 근엄해야 하는 건 아니라며 발칙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가 풀어내는 철학적 내용의 깊이는 심원하고 범위는 광대하다.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삶의 의미를 묻는 것에서 시작해〈매트릭스〉에서 앎과 확신의 문제를,〈터미네이터〉에서 마음과 육체의 문제를,〈스타워즈〉에서 선과 악의 문제를,〈반지의 제왕〉에서 도덕 상대주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에일리언〉,〈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지나,〈블레이드 러너〉에 이르러 죽음과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롤랜즈의 여정은 철학적 논증의 정수를 보여준다.
롤랜즈는 역대 철학자들의 주장을 가장 설득력 있게 옹호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SF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이라고 주장한다. 영화만큼 각종 철학 개념을 충실하게 구체화할 수 있는 매체도 드물다. 철학자들의 고전적인 질문은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난제로 회자되고 있으나, 그들이 쓰거나 말한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추상’적이고 ‘난해’하다는 장벽이 있다. 그러나 SF영화로 스크린에 구현된 ‘SF철학’은 신선하고, 창의적이며, 재미있고, 심지어 각 철학자들의 논지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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