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무사 1
조선시대, 오만방자한데다가 너무 예쁜 공주의 밀당은 어떤 느낌일까?
글의 시점은 조선시대이며 여주인공은 자그마치 공주다. 호기심은 어찌나 많은지 궁 안의 생활로는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고, 남정네들 마음을 흔드는 것을 취미쯤으로 여긴다. 손에 넣지 못할 것이 없으며, 어릴 적부터 그 누구보다 왕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녀, 라희. 그녀의 맘속에 자신의 호위무사로 임명된 시후가 자꾸만 설쳐댄다. 하고 싶은 건 모조리 앞에서 막고, 뒤에서 차단해버리는 이 잔혹 무쌍한 녀석. 시후의 눈에도 자기 맘대로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공주가 탐탁지 않지만, 서로의 관계가 부딪힐 때마다 자꾸만 이유 모를 애정의 불씨가 타오른다. 결코 이뤄져선 안 되는 관계. 공주와 호위무사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달콤한 사랑놀이 뒤에 무섭게 날이 선 칼날이 버티고 있다.
이 글의 재밌는 점은 조선시대의 상황을 그리고 있음에도 말투 이외엔 현대식 사랑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신분차이가 있었던 시절인데도 그들의 대화는 재미있고 완곡하다. 왕권시대. 왕이 될 수만 있다면, 누구도 죽일 수 있다. 점잖이 앉아 누군가 날 죽일지 다리를 떨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래서 궁 안의 이야기는 그 시대에 사는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만큼 몇 겹으로 꽉꽉 닫혀있었다. 보이지 않는 암투와 당시 사람 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었으며, 알아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공주와 무사간의 사랑이야기는 한없이 처연하고 사랑스러우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그 뒤엔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한이 서린 칼날이 버티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야기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표현과 고증을 통한 차림새의 묘사가 뛰어나다. 이야기는 매우 빠르고 부드럽게 진행되며, 완급조절이 뛰어난 작가의 필력 덕분에 모자람 없이 완성되었다. 가슴이 탁 막히는 매연 가득한 뜨거운 아스팔트 위, 라희 공주가 좋아한다던 자정 향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막연히 그려지는 그녀의 이미지처럼 이 글은 독자들에게 가슴 설레는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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