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아저씨 1
조폭 아저씨와 백조 아가씨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
스물여섯에 직업 없는 백조아가씨 은현. 영락없는 이 시대의 백조이다. 진짜 백조는 수면 아래에서 힘겹게 발버둥을 치며 수면 위의 선연한 자태를 뽐낸다지만, 이 시대의 백조 은현이 하는 일이라고는 집에서 그저 버둥거리며 후줄근한 자태를 자랑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화창한 햇살을 만끽하며 역시나 버둥거리던 은현을 다짜고짜 납치해가는 깎두기들. 오랜 백조 생활에 현실감각을 잃은 은현은 순간, 나에게도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건가하는 묘한 흥분감에 사로잡히지만 현실은 납치! 그렇다. 말 그대로 납치였던 것이다.
어느 지하실에서 밧줄에 묶인 은현이 조금씩 현실감각을 찾아가며 난 이렇게 죽는 것인가 라고 생각을 할 때쯤, 은현을 둘러싼 깍두기들이 갑자기 교실을 습격한 담임을 만난 마냥 조용해진다. 그리고는 고개 숙여 소리친다. “형님!” 고개를 드는 은현의 동공에 스며드는 한 줄기의 빛. 조폭아저씨의 광채에 말라버린 안구의 습기는 은현의 되찾은 현실감각을 잃게 만들고, 은현은 그에게 반해버린다. 이 대책 없는 스물여섯 백조아가씨의 마음을 흔들어버린 조폭아저씨와 그런 백조가 귀여워 보이려고 하는 더 대책 없는 조폭아저씨의 로맨스... 과연 그들은 사랑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
조폭과 백조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다룬 로맨스
‘조폭’이라는 말 만큼 가깝고도 먼 단어는 없는 것 같다. 한참 조폭 붐이 불던 시절에는 최소한 조폭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망하지는 않는다 라는 정설이 돌 정도로 조폭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영화들을 자주 접하면서 ‘조폭’이라는 두 글자는 가까워졌지만 스크린에 그려진 ‘조폭’이라는 현실은 사람들과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간혹 코믹스러운 부분을 강조했던 영화들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간극을 [조폭아저씨]는 줄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조폭하면 으레 나올법한 마초적인 성향을 자극하는 장면을 자제하면서도 조폭 특유의 분위기만은 이끌어나가는 작가의 균형감각은 작품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부드러움은 로맨스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조폭이라는 소재를 받아들이는데 한층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조폭과 백조의 로맨스라는 흔하지 않은 이야깃거리는 흔한 로맨스에 지친 독자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은현의 오랜 친구인 민혁과의 삼각관계는 보쌈에 같이 싸먹는 매콤하고 달달한 무생채마냥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해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관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작가의 필력은 독자들의 부담을 한층 덜하게 만들어준다. 부담 없이 신선한 로맨스를 즐기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번호 | 별점 | 한줄평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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