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바람꽃, 피다

바람꽃, 피다

저자
한이경(와인블루)
출판사
도서출판 선
출판일
2012-06-13
등록일
2013-04-3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488KB
공급사
웅진OPMS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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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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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 앞표지
근대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 속에 식민 지배의 암울한 현실을 내보이고 싶지 않은 굳은살처럼 숨겨둔 경성. 1936년.
그곳에서도 바람꽃처럼 짧은 청춘은 어김없이 피어난다.
뜨겁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고뇌하며 미지의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2. 뒷표지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만 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김준연-
입으로는 조선인이라고 떠들어대면서도 조선의 현실에 눈을 감고 있었어요.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외면했는지 몰라요.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누리고 있으니까요. -한은석-
조선인이라고 천대받지 않는 세상, 누구라도 마음껏 능력을 펼치고 억압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어요. -한강석-
난 많이 배우지 못해서 당신이 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알고 있어요. 그곳이 어디든 당신의 옆에 있고 싶다는 거요. -정서경-
발췌글
“2년.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서로를 위해 헤어지는 것이 좋을지 2년을 살아보고 나서 결정하게 해주세요.”
준연의 눈동자가 전에 없이 심하게 요동을 쳤다. 마치 자신의 귀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황당한 표정이 준연의 얼굴에 떠올랐다.
“잠깐만요. 그러니까 지금 나와 계약결혼을 하겠다는 말이에요? 그런 겁니까?”
‘계약결혼’이라는 단어에 특별히 힘을 주며 준연이 천천히 되물었다. 은석이 머리를 끄덕이자 그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김준연 씨 입장에서 많이 황당할 거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계속 사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2년은 아주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살면서 서로를 알아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사이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을 테고요.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우리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그게 어떤 이유에서든 이 혼인이 지속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서로 미련을 남기지 않고 헤어지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쉽게 혼인을 하겠다고 했을 때 느꼈던 꺼림칙함이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은 미처 몰랐던 준연은 신음 소리를 참으려 이를 악물었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준연은 천천히 셋까지 센 다음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을 올려다보는 은석의 맑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눈빛을 보자 그것이 지금이 되었든 혹은 2년 후가 되었든 준연은 결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놓았다. 준연은 손을 들어 은석의 하얀 얼굴을 때리는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목도리를 단단하게 둘러주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올려다보는 은석의 뺨을 손등으로 쓸어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럽시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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