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무당처럼 40여 년 동안 길을 걸으며 꽃피운 길의 철학
우리나라 국토에서 찾아낸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증언
저자 신정일은 그동안 길 위에서 40여 년을 보냈다. 수많은 세월이 강물처럼 흘렀고,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 강길, 산길, 바닷가 길 그리고 옛 사람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역사의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길이 아니었다면 겪지 못할 무수한 일들을 경험했다. 모두가 우연 같은 필연, 아니, 운명이었다.
여러 갈래로 뻗은 길 위에서 나는 무수히 길을 잃었고, 그로 인해 크나큰 절망에 빠졌다가 새로운 길을 찾기도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나에게 길은 학교이자 도서관이었고 스승이었다. 이 책은 그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 모든 사물 그리고 시간 속에서 기억되었다가 소멸되어가는, 말하자면 ‘길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1부는 <길에서 만난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는 십 년이면 강산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5년은커녕 한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강산이 변한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렇게 주마간산으로 주변과 스치며 사는 세상에서 ‘걷기’는 세상 사람과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제2부는 <길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글이다. 수많은 길을 걸어오면서 길 위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적도 있었고 다칠 뻔했던 적도 많았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온갖 위험과 고독 속에서 홀로 또는 여럿이 걸으며 깨달은 것은 길 위에서 내가 나를 만난다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만큼 서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항상 물었고 항상 걸었다.
제3부는 <길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나는 모두 길에서 만났다. 내 운명을 결정지어 주었던 초등학교 선생님, 존경하는 김지하 선생님, 사단법인 우리땅걷기의 도반들 그리고 그 엄혹했던 1981년 여름 안기부 지하실에서 만났던 사람을 몇 년 후 다시 만난 것도 다 길 위에서였다.
제4부는 <길이란 무엇인가>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길 열풍이다. 여기저기 길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이 걸어간 곳이 길이 되었고, 그 길의 외형이 넓어져 바닷길과 하늘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길이 만들어져 세계가 함께 소통하고 있다.
이 모두가 길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길의 역사나 길의 철학에 대한 담론은 시작되지 않았다. 길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도道가 아닌 그 무수한 실체를 우리는 두 발로 걸어야만 느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길에서 만난 길의 사상, 길의 철학, 그것을 조금이나마 이 책에 담고자 했다.
오랫동안 길 위에서 나날을 보내다 보니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에게 소홀했고, 세상과 동떨어져 살다 보니 살아가는 일이 팍팍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래 걸었던 길에서 나는 고독하고 쓸쓸했지만 행복하기도 했다.
글을 쓰는 내내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추억의 풍경들 때문에 가슴이 무거웠지만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푸시킨은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괴로운 것,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가고 그리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느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 글을 이 땅에서 함께 걸었던 모든 도반들에게 바친다.
길을 걸으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길은 누구의 것인가? 만든 자의 것인가? 아니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가 걸으면 길이 되고 등불이 되어 그대의 길을 밝혀주는 그 길을, ‘걸어라, 그래서 행복해져라.’
저자소개
저자 : 신정일
저자 신정일(문화사학자, <우리땅 걷기모임> 대표)은 문화사학자로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전개해가고 있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다. 그는 청소년 시절 혼자서 공부하며 도스토예프스키와 카프카 그리고 니체를 비롯 수많은 책들을 읽었다. 군 제대 후 제주도의 공사판을 전전하며 저녁이면 책과 클래식에 빠져 살았다. 한때 시와 열애에 빠져 1년 반 동안 시만 쓰며 살았다고 한다. 세상의 부조리에 눈을 뜨면서 민주화 운동의 길을 걸었으며 광주항쟁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동학혁명 그리고 유유히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대동사상에 관심을 갖고 정여립 역모사건의 진실을 추적하여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다.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부산 오륙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서 문화관광부에 <동해 해파랑길>을 제안했고, 4백여 개의 산을 올랐다.
저서로 『신정일의 신택리지』(전9권) 『느리게 걷는 사람』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사건』 『똑바로 살아라』 『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 『섬진강 따라 걷기』 『풍류』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전3권) 『낙동강』 『영산강』 『한강 따라 짚어가는 우리 역사』 『금강』 『섬진강』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가슴 설레는 걷기여행』 『신정일의 암자 가는 길』『동해 바닷가 길을 가다』 『우리 역사 속의 천재들』 등 50여 권이 있다.
그림 : 신하늬
그린이 신하늬는 글을 쓴 신정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우리나라 곳곳의 산천을 걸으며 문화유산 답사를 했다.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졸업 후 국토를 더 많이 편력한 뒤에 우리나라의 옛길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목차
화보 _ 002
작가의 말_ 012
1장 길에서 만난 세상
마음에 있는 것을 모두 비우고 걷기_ 022
길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길을 찾기도 한다 _ 026
산천을 걷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 _ 029
개에 대한 회상 _ 031
할 말과 음식은 조금씩 남겨두고 _ 034
자기의 비밀을 자기만 모른다 _ 037
불안의 정체_ 040
저마다 나름대로의 운명이 있다 _ 042
내가 모르는 나의 벽(癖) _ 045
내 집에 있어도 손님이라니 _ 048
자신의 공정 가격을 가진다 _ 052
꺾을 만한 꽃 있으면 그 당장 꺾으시게 _ 054
매 순간이 다른, 여행이라는 이름 _ 056
먼 길 떠날 때는 눈썹도 빼놓고 가라_ 059
좋은 사진을 찍는 법_ 063
길은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있다 _ 066
해파랑길(동해 트레일)을 만들다 _ 068
백두대간 산자락에 마실 길을 만들자 _ 073
자연은 아름다운가 _ 078
2장 길에서 나를 만나다
죽느냐 사느냐, 그게 문제다 _ 082
길을 찾는 그대에게 _ 086
저승에도 커피가 있을까 _ 088
내가 잊어버리고 있는 것들 _ 092
한강을 건너던 기억 _ 096
낙동강을 건너던 기억 _ 100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다 _ 104
아직도 불안한 내 걸음걸이 _ 106
고난은 나의 힘, 슬픔도 나의 힘 _ 109
익명의 떠돌이로 살기 _ 111
바닥난 꿈을 채우기 위해 걸었다 _ 114
마음에 담겨 있는 길 _ 116
가만히 좀 기다려 봐 _ 118
이름을 고친다는 것 _ 120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_ 122
하나하나가 다 행복인데 _ 125
내가 사는 것이 어찌 그리 신기한지 _ 127
그 멀고 먼 길을 걸어서 나를 만나다 _ 129
길도 그 길이고 사람도 그 사람인데 _ 131
길만 있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_ 134
인생이란 결국 혼자가 아닌가 _ 136
생각이 크고 넓어지는 길 _ 138
3장 길에서 만난 사람
길에서 만난 사람 _ 142
민족시인 김남주 _ 145
김지하 시인과의 인연 _ 149
알 수 없는 인생의 길 _ 155
인생의 길에서 낯선 길을 만나다 _ 158
다만 조금 먼저 갈 뿐이다 _ 167
건널 수 없는 강 때문에 _ 170
용꿈과 로또 _ 172
경주 남산을 생각하며 _ 174
그리워지는 만물박사 _ 177
내 마음의 명당 _ 179
만식이에게 만식이의 안부를 묻다 _ 183
한강 상류에 살고 있는 이장수 씨 내외 _ 186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의 운명 _ 189
선생이 아니고 도반이다 _ 191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_ 193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_ 195
큰 소리로 노래하며 세상을 걸었던 사람 _ 199
4장 길이란 무엇인가
길을 떠나기 전의 시간 _ 204
길을 가는 두 사람의 비유 _ 207
나의 방, 나의 피난처 _ 209
삶이 곧 길이다 _ 212
신선의 낙은 무엇인가 _ 214
걷기에 중독된 사람 _ 216
함께 걸었던 그 길을 회상하며 _ 220
떠난다, 떠날 수 있다는 말 _ 223
정든 땅 정든 사람 헤어지자니 서러워 _ 225
두고 온 설운 마음의 귀퉁이 _ 228
불멸과 혼돈의 시대에 새로운 길 찾기 _ 230
길을 잃어야 제대로 된 길을 찾는다 _ 232
바람은 도대체 어떤 소리를 낼까 _ 236
집 나오면 즐겁고 집에 들면 시름이라 _ 239
꿈속에서 꿈을 꾸다 _ 241
밖으로 나가 걸을 수 있다는 것 _ 244
걷다 보면 알게 된다 _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