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79년 10월 26일 저녁,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사살했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18년 동안이나 권좌에 있으면서 종신집권이 가능한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였던 독재자가, 심복 중의 심복이요 공포정치의 전위부대였던 중앙정보부의 총책인 부하 손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이다. 그의 죽음과 더불어 한 시대가 갔다. 유신체제와 긴급조치로 상징되는 겨울공화국이 일거에 무너져 내리고 유신의 철권통치에 가위눌려 숨죽였던 민중의 힘이 역사의 전면으로 분출될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다.
비극은 여기서 잉태되었다. 유신체제는 민중의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공격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박정희라는 최고 권력자가 제거되었음에도 유신체제 그 자체를 만들고 떠받쳐온 유신세력의 힘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독재정권의 보호와 특혜를 받아가며 자기의 손아귀에 엄청난 자본을 집중시킨 독점재벌집단, 경찰과 검찰을 핵심으로 하는 관료집단, 법원과 신문 방송을 거의 완전하게 조종 통제할 능력을 지닌 중앙정보부 등의 비밀정보조직, 한반도에서 자국의 정치적 군사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한 어떤 형태의 야만적 파쇼정권일지라도 지지하고 후원해온 미국의 행정부, 그리고 이들 지배집단의 기득권과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국민의 가슴팍에 총칼을 들이댈 각오를 지닌 정치군인집단, 바로 이들 집단으로부터 유신체제를 탄생시키고 유지해온 물질적, 정치적인 힘이 나왔다. 박정희라는 개인은 이들 지배집단의 상징이요 단결의 구심점에 불과할 뿐 결코 유신체제 그 자체는 아니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저 : 유시민
Rhyu Simin,柳時民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혁국민정당 대표와 16, 17대 국회의원, 44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국민참여당 대표를 맡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대한민국 개조론』『후불제 민주주의』『청춘의 독서』『광주민중항쟁』 등이 있다.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가 되기를 바란 덕분에 거리와 감옥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감옥에서 ‘항소이유서’를 쓰면서 글쓰기 재능을 처음 발견했다. 민주화가 시작된 뒤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 아내와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에 돌아와 책과 칼럼을 쓰고 방송 일을 하다가 2002년부터 정치에 참여했다. 좋은 대통령, 좋은 나라를 만들겠노라며 뛰어다녔는데, 성공한 일도 있고 실패한 것도 많았다. 2008년 총선 후 정치활동을 접고 글쓰기와 강의활동에 몰두하던 때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대신 정리하면서 슬픔을 견뎠다. 2009년 국민참여당 창당으로 정치무대에 돌아와 더 나은 정치, 더 나은 국가를 꿈꾸며 일하고 있다.
저 : 이해찬
李海瓚
대한민국의 시민사회운동가, 언론인, 정치가이다. 5선 국회의원이었으며 국민의정부 시절 교육부장관을 거쳐 참여정부 출범 후 2004년 6월 30일부터 2006년 3월 15일까지 제36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1952년 충청남도 청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되었으며 이후 민주화운동에 전념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때 “이 목숨 다 바쳐 이 땅이 민주화 될 때까지 싸워나가겠다. 당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역사적 범죄를 결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한 일화가 유명하다.
1988년 재야인사들과 함께 평화민주당에 참여한 이후 13대부터 17대까지 5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1995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1998년 교육부 장관, 2004년 국무총리로 일했다. 대선과 총선 때마다 기획과 정책을 맡았고 야당과 집권당 시절 세 차례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내는 등 민주개혁진영의 대표적인 전략기획가로 통한다. 참여정부 국무총리에 취임하여 책임총리제를 정착시켰고, 퇴임 이후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장으로 활동하며 10?4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지원했다.
2007년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고 민주개혁진영의 가치와 비전을 연구하는 연구재단 ‘광장’을 설립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생활 속 주권운동을 표방한 ‘시민주권’을 창립하여 시민정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음 시대를 위한 진보의 가치와 비전 확립, 우애와 평화 속에 번영하는 동북아시아, 보수와 진보의 민주적이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평화로운 통일한국의 상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민주와 통일의 길목에서》, 《광주민중항쟁》(공저), 《청양 이 면장 댁 셋째 아들 이해찬》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사회학적 상상력》(공역),《세계환경정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