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
1970년《월간문학》에 발표한 작품으로 고무신짝 하나의 불길함에서 시작되는 단편이다. 화자는 어느 날 우연히 담장 위에서 발견한 이상한 새 신짝을 통하여 어려서 밭에서 본 지까다비 짝을 연상하고, 마을을 넉넉하게 보듬어 주던 고향의 큰 산을 그리워한다. 담장 위에서 발견한 이상한 새 신짝의 처리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심성의 터가 되는 큰 산의 상징과 잘 어우러진다. 구성의 묘가 잘 처리된 수작이다.
『큰 산』에는 1955년 (문학예술)에 황순원 추천으로 발표된 등단작이면서 이호철 문학의 원류가 되는「탈향」과 6 · 25 전쟁에 나선 두 형제가 포로가 되어 북으로 끌려가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나상」, 그리고 분단의 상황 속에서 각자의 상황을 허물어 버리고 화해의 상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식의 세계를 깊이 있게 드러낸「판문점」, 5 · 16 직후의 한국현실의 기형적 모습을 정치, 사회적인 면에서 풍자하면서 당대의 혁명적 분위기가 얼마나 허구적이며 비이성적인가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등 여러 편의 중 ·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큰 산’은 청빛이었다. 서쪽 하늘에 늘 덩더룻이 웅장하게 퍼져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혹은 네 철을 따라 표정은 늘 달랐지만, 근원은 뿌리 깊게 일관해 있었다. 해뜨기 전 새벽에는 청청한 빛으로 싱싱하고, 첫 햇볕이 쬐면 산머리에서부터 백금색으로 빛나고, 햇볕 속의 한낮에는 머얼리 물러앉는 청빛이었다. 해질녘 저녁에는 골짜기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이 거멓게 윤곽을 드러내고, 서서이 보랏빛으로 물들어간다. 봄에는 봉우리부터 여드러워지고, 겨울이면 흰색으로 험준해진다. 가을에는 침착하게 물러앉고, 여름이면 더 높아 보인다. 그 ‘큰 산’쪽으로 샛바람이 불면 비가 왔고, ‘큰 산’ 쪽에서 바다 쪽으로 맞바람이 불면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었다. 그 ‘큰 산’은 늘 우리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서 형태 없는 넉넉함으로 자리해 있었다. 그 ‘큰 산’이 그곳에 그렇게 그 모습으로 뿌리 깊게 웅거해 있다는 것이 늘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깊숙하게 늘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아, 그 ‘큰 산’, ‘큰 산’.
-본문「큰 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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