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사람 북녁 사람
열 여덟 살 나이로 인민군에 징집돼 동족간의 전쟁에 참전했다가 유엔군 포로가 됐던 작가의 체험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폴란드어, 스페인어 등 7개 국어로 번역 소개된 작품이다.
“한 작가가 써내는 작품의 총량은 궁극적으로는 그 작가가 살아낸 삶,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라는 작가의 문학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해방직후부터 인민군으로 6 · 25에 참전해 포로가 되기까지의 작가의 체험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으며, 세상을 살맛나게 꾸미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인간성, 휴머니티임을 전해준다.
이 책에는 ‘남녘 사람 북녁 사람’ 외에 ‘세 원형 소묘’ ‘남에서 온 사람들’ ‘칠흑 어둠 속 질주’ ‘변혁 속의 사람들’ 등 다섯 편의 중 ·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작품들은 서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혀 분단의 고통을 영혼 깊숙이 간직한 이 작가의 증언이자 보고서가 된다. 그 체험을 기억하고 있는 세대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즈음, 이 작가가 남긴 언어는 역사의 보존 차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어? 어? 저 새끼 봐. 저 새끼가 정말 돌았나.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저렇게 지금 도망을 가겠다는 셈인가?”
하고 진남포 사람은 어깨에 메었던 카빈을 와락 벗어 그대로 조준했다. 삼척 사람, 홑바지저고리는 휘청휘청 키 자란 쑥대밭 속을 여전히 갈짓자로 달렸다.
바앙─. 드디어 온통 천지를 울리며 총소리가 울리고, 삼척 사람은 그대로 쑥대풀밭에 머리를 처박으며 고꾸라졌다. 우선 발뒤축에 맞은 모양, 고꾸라진 채 몸체가 꿈틀꿈틀거리는 게 빠안히 보였고, 여전히 입으론 뭐라뭐라 떠들어대고 있었다. 목소리만은 조금 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진남포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꿈틀거리는 그 등 한가운데다 대고 연발로 서너 발을 더 쏘았다. 바바앙─.
그 다음은, 우리 일행 쪽을 돌아보며 빼락 소리를 질렀다.
“자, 출바알, 출발이다!”
잇대어, 혼잣소리처럼 나지막하게 한마디 씨부렁거렸다.
“까마귀밥 되고, 다람쥐들이나 들쥐들 밥 되고, 나머지는 쑥대풀 비료 되겠지.”
마른 쑥대밭에 바람 스쳐가는 소리만 들릴 뿐 사방천지는 조용하였고, 쾌청 날씨에 햇님은 서쪽 산마루에 한 뼘 가웃이나 되게 삐뚜름하게 다가서 있었다.
-본문「남녘 사람 북녁 사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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